“준비하시고 쏘세요!” 많은 분들의 귓가에 아직도 이 말이 어른거릴 것이다. 주택복권 추첨을 할 때 진행자가 이런 구호를 외치면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숨을 죽이며 과녁을 살폈다. 번호가 적힌 원형 회전판을 화살로 맞혀 당첨번호를 결정하는 이 방식은 주택복권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1969년 9월 15일 처음 발행된 주택복권은 마지막 회차인 1473회(2006년 3월 26일)까지 서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며 꿈을 꾸게 했다. 한국주택은행은 무주택 군경 유가족, 국가 유공자, 파월장병의 주택 자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주택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1회 발매 현장으로 되돌아가 보자.
한국주택은행의 광고 ‘주택복권 발매’ 편(매일경제신문 1969년 9월 13일)에서는 제1회 주택복권 발매를 알리고 있다. “집 없는 분 도와주고 복받으세요”라고 하면서 당첨금 내용과 판매 장소를 알리고 있다. 복권 1매당 100원에 판매했는데 당첨금은 1등이 300만원이고 2등이 100만원이었다. ‘당첨률 8장에 1장꼴’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몇 명이나 복권을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장 광고가 아니었나 싶다. 발매 기간이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2주일이나 되었다는 점에서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추첨하는 지금의 복권추첨 주기와는 사뭇 다르다.
주택복권의 초창기 광고들에서는 지금 보는 광고와 같이 ‘복(福)’자 문양을 활용해 테두리 디자인을 했다. 주택복권을 사서 대박이나 인생역전을 꾀하라는 뜻이 아니라 복권을 사면 복을 받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으리라. 당시의 신문을 보면 설날에 현금 대신 복권을 세뱃돈으로 주었다는 기사도 자주 등장한다. 즉, 당시의 복권은 행운을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복을 기원하는 뜻이 강했다는 증거이리라. 처음에는 대개 월 1회 총 50만매의 주택복권을 발매하다가 반응을 봐가며 점차 발행 주기를 단축해 나갔다. 1972년 6월 제32회부터 월 3회 발행하다가 1973년 3월부터 주 1회 발행했다. 1983년 4월부터는 ‘88서울올림픽’을 지원하기 위해 올림픽복권으로 대체됐다가, 1989년 1월부터 다시 주택복권으로 재발행된 후 로또 복권이 나오기 전까지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국민복권의 자리를 차지했다.
주택복권은 오랫동안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안겨주었다. 적은 돈으로 1등 당첨을 기대하는 약간의 사행심도 자극했지만 그보다는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오락에 가까웠다. 만약 복권이 사행심의 성격이 강했다면 설날에 복권을 세뱃돈으로 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의 로또에 거는 큰 기대와는 달리 주택복권을 사서 일주일 동안 기다리는 쏠쏠한 재미가 복권 한 장에 담긴 가슴 설렘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준비하시고~쏘세요!” 이 복권 추첨 멘트를 정말 다시 듣고 싶다.
글·김병희 (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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