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반가운 연락이 왔다. 인근 대학교의 교육학과 교수님에게서였다. 박사과정 연구자가 논문을 쓰는데 숭문고 ‘따봉(따뜻한 봉사활동)’ 사례를 넣게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사례를 적당히 끼워넣는 식의 자료 요청이 아니라, 현장인 숭문고에 와서 최소한 1학기나 2학기에 걸쳐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논문을 쓰고 싶다는 진지한 부탁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현장에 뿌리를 둔 이론의 뒷받침을 간절히 기대하게 되는 터, 거절할 까닭이 없었다. 더구나 봉사활동 교육을 옆에서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방면으로 돕겠다고까지 나서니 감사할 뿐이었다. 야전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지원군의 선발대를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따봉’은 2010년부터 시도해 온 숭문고의 특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다. 너무나 형식적이고 심지어 거짓 확인서가 난무하는 초·중·고교의 봉사활동 교육을 고쳐보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내용과 방법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간단하다.
‘따봉’은 학교 밖의 전문가나 단체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봉사활동 교육이다. 외부 전문가가 학교에 정기적으로 와서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에 관해 가르치고 여기서 눈을 뜨고 성장한 학생들이 방과후나 주말, 방학 때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돕는 방식이다.
봉사활동하라며 막연하게 등 떠밀 듯 강요하는 대신에 봉사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자질, 지식, 경험 등을 접하게 하며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게 만들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전문가들이 학교를 모판으로 삼아서 모를 키우고 다시 학교 밖에서 든든한 벼로 키워내자는 것이다. 한 달에 대개 한 번씩 연간 8회, 총 16시간의 봉사활동 교육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각자 1년 단위로 최장 3년까지 자신이 원하는 봉사활동 분야를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품은 참 많이 든다. 학생들 누구나 자신이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해 주자는 목표 아래 적게는 두 명이 신청해도 봉사활동 분야를 개설해 주었다. 그러니 봉사활동 시간이 있는 날에는 각자 자신이 선택한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하는 학생들, 여기에 외부에서 온 전문가들, ‘따봉’을 돕겠다고 나선 학부모들, 이를 모두 지원하는 담임선생님 등까지 더해지며 장터처럼 소란스럽다.
‘따봉’은 학생들 각자가 즐거워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게 돕고, 자연스럽게 진로를 찾게 하여 더욱 열심히 진학 준비에 몰두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고안되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교육 모델은 일단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고 비로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게 한 다음 겨우 적응한 소수만이 봉사에 나서니 당사자나 사회나 모두 힘들고 불행할 따름이다.
가장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경험은 자신을 긍정하게 하고 자기 존중감을 높여준다. 자연스럽게 평생 진로를 구체적으로 가늠해 보고 이를 직업 차원에서 가능하도록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면학 의지를 높이며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입시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따봉’의 모든 자료와 경험은 100퍼센트 공개된다. 애초에 외부 단체나 기관, 전문가 등을 모실 때 약속해서다. ‘숭문 따봉’에 이어 지난해만 해도 ‘경문 따봉’과 ‘성심여고 따봉’ 등으로 확산됐다.
함께 꿈을 꾸는 공동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자리야말로 살아 있는 교육 현장,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글·허병두 (숭문고 교사·책따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