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어떻게 인간의 영혼과 만나 세상을 바꾸는가?” 이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위인들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꿨을까?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원인을 위인들이 읽은 책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독서는 한 영혼을 단련시키면서도 세상을 혁명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독서독인>에서 다룬 위인들은 권력을 지향한 인물과 권력에 맞선 인물들로 구분된다.
나폴레옹, 링컨, 레닌, 스탈린, 히틀러, 괴벨스, 무솔리니, 마오쩌둥, 호치민, 폴 포트 등은 독서로 권력을 쟁취한 인물들이다. 한편 마르크스, 크로포트킨, 톨스토이, 간디, 루쉰, 프리다 칼로, 체 게바라, 킹, 니어링, 만델라 등은 독서로 권력에 맞섰다.
나폴레옹의 평생을 지배한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의 전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이다. 저자는 이런 책들이 나폴레옹에게 영웅주의, 경쟁주의를 갖게 했고 결국 제국주의 야망을 초래했다고 본다.
마오쩌둥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을 탐독했다. 특히 1920년에 최초의 중국어 완역이 나온 <종의 기원>을 평생 애독했다고 한다. 주변 열강의 침략 위협에 놓인 시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을 다룬 ‘진화론’이 마오쩌둥의 사상적 무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이 책은 독서로 권력에 맞선 인물들도 조명한다. 톨스토이는 50세부터 60세까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으로 복음서와 에픽테토스의 <어록>, 노자의 <도덕경>을 최고로 꼽았다고 한다. 저자는 “톨스토이는 1893년 <도덕경>을 두 번이나 번역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노자의 반권력, 비폭력, 반전 사상이 자신의 사상과 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간디는 힌두교 성전인 <바가바드기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 성전에 있는 진실성, 주체성, 공공성, 평화성, 실용성, 세계성이라는 철학이 그의 정치적인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루쉰은 대다수 민중이 겪는 불평등과 권력층에 의해 조작된 이데올로기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했다. 그런 그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준 책은 여러 유교 비판서였다. 그에 따르면 “유교 도덕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위가 아래를 제압하고 아래가 위를 받들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상하를 구별하고 그것을 신하나 자식의 전용으로 만들어 군주나 부모에게는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위인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들을 갖고 있었다. 그게 세상을 바꾼 원천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분석한 이 책이 인물들에 대한 심리 분석만큼이나 설득력이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책을 덮을 때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할까’가 아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글·박지현 기자
단신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도로시 앨리슨 지음 | 신윤진
옮김 | 이매진 | 1만3천원
영화 <돈 크라이 마미>로도 제작되며 어린이 성폭력의 이슈를 들고 나온 미국 작가 로시 앨리슨의 장편소설이 2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됐다. 미국 남부 시골에서 성폭력을 당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미국 사회 전역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겨줬던 책이다. 기념판에는 작가의 새로운 후기를 덧붙였다.
질병의 탄생
홍윤철 지음 | 사이 | 1만8천원
과거에 없던 질병들이 어떻게 생기고 증가했는지를 인류사적, 문화사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농업혁명을 통한 면역체계의 부실화, 인간의 교류 및 접촉 증가 등 변화된 환경이 질병시대의 서막을 열었다고 본다. 먹거리, 기후변화, 술, 담배, 산업혁명 등 질병을 탄생시킨 환경적 요인 8가지와 전염병, 비만, 고혈압, 알레르기, 우울증 등 현대인의 대표 질병 8가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