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브랜드를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는 기업이 보유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브랜드 자산이란 브랜드의 이름과 상징 및 브랜드 자체가 가지는 자산과 부채 모두를 의미한다. 기업의 가치가 곧 브랜드 자산의 가치로 평가되는데 브랜드의 가치가 높으면 그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 충성도, 브랜드 인지도, 지각된 품질, 브랜드 연상, 그리고 기타 독점적 브랜드 이미지라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상표(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 같다. 1968년에 벌써 정부에서는 상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니 말이다.
대한상공일보사의 ‘제1회 전국상표종합전시회’ 안내 광고(매일경제신문 1968년 9월 12일)를 보자. 이 전시회는 대한상공일보사가 주최했지만 “협동 : 세운상가번영회 일동 / 주관 : 제1회 전국상표종합전시위원회 / 후원 : 상공부, 서울특별시, 대한상공회의소”처럼 상공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참여한 대대적인 행사였다. “8천여개 상품을 3천여 개 전시관에 출품”한다고 했으니 당시로서는 정말 야심찬 기획이었다.
광고 카피에서는 정말 낯설게도 ‘동원 계획’을 알리고 있다.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개별 초청해서 순회 관람시키고, 라디오와 TV 및 신문을 이용해 선전(홍보) 활동을 벌이며, 상가 점포에 상주하는 10만여 명을 활용해 관람객을 동원하겠다고 알렸다. 또한 국내 인기 배우를 특별 초청하고, 인기 레코드 회사와 제휴하여 직장 대항 가요 ‘콩쿨’(콩쿠르) 대회를 매일 거행하며, 국내 백화점 및 시장 번영회의 회원들을 특별 초청해 서울 시내를 순회하며 전시품을 선전한다는 내용이다.
주최 측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해야 할 홍보 전략을 광고 카피로 대내외에 알리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지만, 이 전시회에 건 기대가 그만큼 열정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리라. 또한 상표 전시회답게 세 가지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국제표’의 국제타이쓰(타이즈)와 국제스타킹, ‘크라운’의 크라운맥주, ‘삼강’의 삼강마아가린이 그 시절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삼강마아가린의 경우 “당신의 건강을 증진시키지 않으시렵니까?”라는 카피를 써서 브랜드 가치를 환기하고 있으니, 요즘의 카피 스타일에 비춰볼 때 고소(苦笑)를 금할 길이 없다.
조선시대에는 ‘사농공상’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공상’에서 ‘상공’으로 그 순서가 바뀌었다. 만드는 것보다 파는(商) 문제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시대적 가치가 반영된 결과이리라. 1964년 5월 12일, 상공업 진흥과 상공인들의 의욕을 고취하고자 제1회 ‘상공의 날’ 행사를 가진 이후 통상 문제는 언제나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그 많던 지난날의 상표들은 다 어디 갔을까? 3월 19일 제41회 상공의 날에, 앞으로 수십 수백 년 동안 장수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