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등교. 오후 4시 하교. 이어지는 보충수업 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면 야간 자율학습. 등교한 지 열한 시간이 지난밤 9시에 학교 문을 나서지만 발길이 닿는 곳은 학원. 밤 11시 정도가 되어야 집에 들어와 마지막 복습을 한다. 잠이 드는 시간은 새벽 1시.
고등학교 2학년 김정민 학생의 일과다. 한국 교육 현실에서 ‘새삼스러울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입시 지옥이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교육 롤모델로 삼은 한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지금 어디쯤일까? 교육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지만 정작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 특히 타국의 시선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 책은 미국의 교육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한국을 비롯해 핀란드, 폴란드 등 신흥 교육강국의 현실을 3년간 취재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직접 방문해 400여 명의 교육 관계자와 교환학생을 상대로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실시하면서 현장감을 담았다.
저자는 신흥 교육강국인 한국, 핀란드, 폴란드 등 세 나라의 비교를 통해 공통점을 찾는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시험 풍경이다. “핀란드는 대입시험을 160년간 시행해 왔다. 그 시험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명확한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일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고등학교 졸업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한국에서는 대입시험 당일에 비행 경로를 바꾼다. 폴란드 아이들은 밤에도, 주말에도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한다.”
한편 세 나라 교육의 기반이 된 공통점은 ‘위기’다. “눈부신 교육적 성취를 이룬 세 나라는 풍족한 천연자원도 광활한 영토도 없으며 전 국민적 실패를 겪어 보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이 지금의 교육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끈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변방 한국은 전쟁을 통한 지독한 가난을 겪었고, 유럽의 작고 외딴 나라였던 핀란드의 유일한 자원은 끈기뿐이었다. 폴란드 또한 수난과 구원의 교향악이라 할 만한 역사를 가진 비극의 땅이다.”
아울러 교육은 절대 학생들 개인에게만 달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좋은 성적을 내는 똑똑한 학생은 절대 학생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부모와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는 정부의 노력, 그리고 수준 높고 안정된 교사의 역할이 필수”라고 말한다. 부모·학생·교사 삼위일체가 교육의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그 열정이 교육 주체들에게 심어질 때 비로소 세계적인 교육강국이 탄생한다고 역설한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본 교육강국 한국은 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육이 가진 빛과 그림자는 우리 스스로 안고 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교육의 이정표를 세워가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03.31
단신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이현민 지음 | 새빛북스 | 1만8천원
창의·상상·소통을 중심으로 한 미술의 힘을 풀어낸 책이다. 스티브 잡스는 왜 피카소에 열광했을까? 두 천재의 공통점은 모방을 통한 창조적 조합 능력의 귀재였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예술시대를 연 르네상스부터 비주얼 아트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까지를 아우른다. 감상이나 여가, 교양을 위한 미술을 넘어 미적 체험을 통한 소통이 창의와 상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영화와 함께 떠나는 굵직한 미술 세계를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조선동물기>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1만5천원
조선시대 선비들이 기록한 동물과 그 속에 담긴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선비들은 나름의 기준에 의해 생물을 분류하고 특정 생물의 특징을 상세히 기록했다. 다소 객관적이지 못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 자연, 동물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