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를 심자. 나무를 심자. 희망을 심자!”
다가오는 제69회 식목일을 맞이해 최근 산림청에서 제작한 ‘식목일 캠페인 송’의 가사이다. 우리나라 식목일 역사상 최초의 캠페인송인데 그 음원까지 공개한다고 하니, 이 노래의 흥겨운 후렴구가 널리 퍼져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MBC 문화콘서트 <난장>의 음악감독 출신인 전용석 씨가 재능 기부로 작곡을 했고, 노랫말은 2013년 ‘전국 청소년 숲사랑 작품 공모전’에서 입상한 박선정 어린이의 <나무를 심는 날>이 뼈대가 되었다고 한다. 산림청장을 비롯 유명 가수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이 노래가 땅에 뿌리 박는 나무처럼 우리들 가슴속에 뿌리 내렸으면 싶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여러 회사의 공동 광고인 ‘제27회 식목일’ 편(경향신문 1972년 4월 4일)을 보자. 벌써 40여 년 전이었던 식목일을 상상해 보자. 여러 농원과 화원에서 공동으로 참여한 광고인데, 식목일을 맞이해 신문사에서 기획해 여러 광고주가 얼마씩의 광고비를 분담했을 공동 광고임에 틀림없다. 여러 광고주가 광고 시안을 사전에 승인했을 테고 서울시가 맨 앞에 들어 있으니 정책 광고가 분명하다.
“너도 한 주 나도 한 주 600만이 600만주!”라는 헤드라인에 맞춰 “푸른 서울 가꾸어 자손만대 물려주자!”라는 또 다른 헤드라인을 쓴 것으로, 그 시절에 유행했던 표어형 헤드라인의 전형을 엿볼 수 있다. 그림에서는 구름 낀 장대한 숲에 별도의 지면을 덧붙여서 아름드리 나무를 보여주었다. 왜 별도의 지면을 덧붙였는지 창작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숲’만 보여주지 않고 ‘나무’도 함께 보여주려는 생각이었으리라.
식목일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수시로 바뀌었다. 정부 수립 직후에는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매년 4월 5일을 기념일로 정했다가 1960~61년에는 3월 15일을 나무 심는 ‘사방(砂防)의 날’로 했고, 이후 다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1961년에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1973년에 다시 기념일로 바꾸고, 그 후 다시 한동안 공휴일이었으나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온 국민이 산림경찰이 되자”고 치산녹화를 강조하거나(경향신문 1970년 4월 6일) “식목일을 연간 이틀로 하자”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동아일보 1977년 4월 6일).
나무 심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 울창한 산림은 부국의 원천이라는 논리가 1970년대의 지배적 담론이었는데, 스웨덴이나 핀란드에 가 보면 도로변에 족히 50미터는 넘어 보이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차 있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일본은 4월 4일이 식수제(植樹祭)이고 독일은 4월 중 하루가, 미국은 4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이 식목일이며, 중국은 3월 12일이 식수절(植樹節)이다.
여러 나라에서 한결같이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울창한 산림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식목일에만 반짝 하는 행사로 그치지 말고 몇년간 계속되는 ‘나무심기 홍보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민간기업인 유한킴벌리는 30여 년 이상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그것이 화장지 생산 기업의 우회적인 홍보활동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의 자연보호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에 제작한 식목일 캠페인 송은 장기 캠페인으로 가는 시작에 불과하다. 역사상 처음 만들어진 캠페인 송이니만큼 자주 바꾸지 말고 이 노래를 활용해 20년 이상의 장기 캠페인을 전개했으면 싶다. 나무심기에 대해 주문을 걸듯 반복되는 노랫말이 매력적이다.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 이 노래가 더 많이 알려져 나무 심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분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를 바란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