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절세’가 재테크 열쇳말(키워드)로 떠오르곤 합니다. 매년 초 이뤄지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세금을 아끼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나서요. 그런데 요즘 밀레니얼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5월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로 바빠져요.
사이드잡(부업)을 하는 직장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회사‘만’ 다닐 때는 ‘연말정산’ 외에는 세금 문제로 특별히 신경쓸 일이 없지만 사이드잡을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기타소득, 사업소득 등 근로소득(월급) 외 소득이 생기면서 세금을 내고 정산해야 할 일이 많아지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회사생활로도 바쁜 직장인, 특히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회사 밖에서도 내 시간을 쪼개 일을 더 하려고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첫 번째 위기감입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근속연수는 윗세대부터 줄어들고 있고 보수적 직장이었던 은행마저도 40대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보상은 적지 않게 준다지만 1983년생까지 희망퇴직 대상이 된다는 뉴스를 보면 불안해집니다. 부모님 부양과 자신의 노후 대비를 생각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니까요. ‘지금부터 회사 밖에서 살아남는 훈련을 해야 40대, 50대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주변에 나와 같은 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또래도 늘어나고 있고요.
두 번째 ‘직’보다 ‘업’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어떤 직장에서 어느 직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증명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직장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내가 가진 ‘업’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업의 성장은 빠른 은퇴를 원한다는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 은퇴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있어야 진짜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세 번째 진입장벽이 낮아졌습니다. ‘숨고’ ‘크몽’과 같이 프리랜서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물론 정보기술(IT) 리모트 헤드헌팅 서비스 ‘시소’, IT 전문가 매칭 플랫폼 ‘원티드 긱스’, 프리랜서 전문가 매칭 플랫폼 ‘이모잡’ 등 특정 분야에 강화된 매칭 플랫폼이 등장했어요.
자기계발의 목표도 전보다 선명해졌어요. 단순노동보다는 재능과 기술, 경험이 필요한 영역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고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했던 자기계발, 취미생활에 확실한 목표가 새로 추가됐어요.
물론 사이드잡에 냉정한 시선을 보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본업에 한창 집중해야 할 때 이도 저도 안되는 결과만 낳을 수 있고 되려 본업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말이죠. 취업금지 내 ‘겸업금지’ 조항으로 사이드잡은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사이드잡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이드잡 트렌드가 직장인들의 월급 중심 세계관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근로소득이라는 안정적인 소득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붙여나가는 ‘평범한 직장인’은 점점 많아질 거예요. 그래서 5월 종합소득세 기간은 더 바빠지지 않을까,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금융·경제 콘텐츠를 26만 MZ세대에게 매일 아침 이메일로 전달하는 경제미디어 ‘어피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