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은 ‘드론의 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드론이 국내외 뉴스의 화두였다. 러시아가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공습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군도 드론으로 러시아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드론이 주요 공격수단으로 활용된 셈이다. 한국에서도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북부와 경기 김포·파주, 인천 강화도 일대 등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졌다.
드론의 군사적 이용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이 단순 촬영용 기구가 아닌 전술무기로 거듭나면서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뚫느냐 막느냐의 ‘창과 방패’의 싸움, 드론과 안티 드론의 기술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안티 드론 기술의 핵심은 표적 감시와 무력화
드론은 무선전파로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뜻한다. 처음엔 군사용으로 탄생했다. 1916년 무기를 실은 비행체가 원격으로 날아가 적을 타격한다는 원리를 담은 ‘항공타깃프로젝트(Aerial Target Project)’를 진행하면서 군사용 무인기로 개발이 시작됐다. 그리고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때 처음 실전에 투입했다.
이제는 군사용 목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공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사생활 침해나 테러·범죄 용도로도 쓰인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안티 드론이다.
안티 드론이란 나쁜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특정 공역에 들어온 소형 물체를 탐지해 이것이 드론인지 아니면 새와 같은 다른 비행체인지 식별해 만약 승인되지 않은 드론의 침입일 경우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드론 탐지·식별에는 음향센서, 광학센서(카메라), 레이더, 무선주파수(RF) 등이 사용된다. RF 분석기는 드론과 조종기 간의 무선통신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데 이때 전파를 통한 ID 확인으로 드론의 기종과 소유자, 비행의 합법성 등을 파악한다. ID 확인은 사건 발생 이후라도 불법 침입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드론을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프트 킬(Soft Kill)’과 ‘하드 킬(Hard Kill)’이다. 소프트 킬은 포획·마비(스푸핑) 등으로 드론 임무를 저지하는 방법이다. 전파 방해(재밍) 등이 대표적이다. 드론이 연이라면 실을 끊거나 쳐내는 방식이다. 무인 드론의 특성상 무선 조종기와 드론 사이의 전파 송수신이 필수인데 고출력의 방해 전파를 목표물 쪽으로 전송해 조종기와 연결된 통신을 차단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안티 드론 시스템인 ‘드론 돔’은 열화상 감지기와 안테나, 레이더 등 여러 드론 감지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모든 방위를 감시한다. 만일 감시 영역 안에 드론이 무단 침입할 경우 비행을 방해하는 전파를 쏘거나 고유 주파수를 탈취해서 드론의 강제 착륙을 유도해 무력화한다.
하드 킬은 물리적으로 타격해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방법이다. 기관포, 자폭 드론, 레이저 등을 주로 이용한다.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자폭용 드론 무기인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천 번에 걸쳐 사용됐다.
영국 기업 오픈웍스가 선보인 ‘스카이월(SkyWall)’은 대표적 하드 킬이다. 스카이월은 그물이 들어 있는 포탄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한다. 포탄에서 분리된 그물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포획하고 그물 끝에 달린 낙하산을 펼쳐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정보기술(IT) 기업 델프트다이내믹스는 공중에 있는 드론에서 직접 그물을 쏴 상대 드론을 ‘공대공(空對空)’으로 포획하는 ‘드론 캐처(Drone Catcher)’를 개발했다. 이 하드 킬 드론의 개발로 앞으로 공중에서 드론끼리 추격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무인기 막을 ‘소프트 킬’ 무기 발전돼야
우리나라도 안티 드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팀이 2019년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를 이용해 드론의 위치를 속이는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 실전에 사용할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소형 무인기는 전투기나 헬기에 비해 매우 작아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렵다. 레이더는 보통 비행체의 반사 단면적이 2㎡ 이상 표적일 때 탐지할 수 있는데 소형 무인기는 레이더 반사 단면적이 0.01~0.08㎡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드론이 더 소형화되면서 지상 요격이 까다로워졌다.
한국군의 드론 대응책은 소프트 킬보다 하드 킬에 더 중점을 둬왔다. 비호복합(30㎜ 자주 대공포인 비호에 신궁을 추가한 이동식 대공포)과 발칸포(20㎜ 대공포) 등이 그것이다.
하드 킬 방식은 드론을 격추할 경우 잔해가 떨어져 민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민간 피해가 적은 재밍(전파 방해·교란) 등의 ‘소프트 킬’ 무기가 필요하다. 특히 미래전의 판도를 뒤바꿀 ‘군집 드론’(벌떼 드론) 격추에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5~2026년은 돼야 소프트 킬 무기가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북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의 ‘드론 부대’ 조기 창설과 함께 소프트 킬 기술을 가속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 드론 사태는 우리의 드론 분야를 세계 최강자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