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얼마나 사랑할까요? 루씨쏜의 <제주 도(圖)>는 작가가 압축한 제주도 관광안내도입니다. 제목은 ‘섬’ 제주도가 아니라 ‘그림’ 제주도입니다. 그림에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해녀, 감귤, 돼지, 말, 돌하르방, 돌담, 오름 등이 펼쳐집니다. 동백꽃과 귤꽃, 억새와 유채꽃도 등장합니다. 여기까지라면 그저 단순한 관광안내도에 불과할 것입니다. 루씨쏜 작품의 매력은 현재의 시간이 역사와 만난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조선시대 왕실에 걸었던 십장생도 병풍 속 배경에 지금의 제주도 풍경을 앉혔습니다. 서쪽 하늘에 뜬 붉은 해와 상서로운 구름, 천도복숭아와 세찬 파도는 십장생도의 기본 콘셉트입니다. 학과 사슴, 물고기와 영지버섯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그림 중앙을 차지했던 산과 소나무 사이도 풍력발전기와 비행기, 잠수함과 파라솔 등 현재의 제주도 풍경을 넣었습니다. 그림에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 대신 개와 고양이, 토끼 등이 평화롭게 놀고 있습니다. 자신의 터전을 들여다보고 역사성을 찾아보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곧 정체성의 확인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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