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그린 그림입니다. 고찬규의 <귀가>는 우리 시대의 풍속을 읽을 수 있는 귀한 그림입니다. ‘귀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그림 속 주인공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막 씻고 나왔습니다. 귀가하는 길이 얼마나 더웠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목욕부터 했습니다. 의자에 걸쳐 둔 양복과 넥타이가 급하게 욕실로 달려간 상황을 말해줍니다. 시원하게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러닝셔츠와 파자마를 입은 주인공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입니다. 탁자 위에는 퇴근하면서 사 온 두 개의 비닐봉지가 있습니다. 검은 봉지에는 라면과 나무젓가락과 바나나우유가, 흰 봉지에는 뻥튀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목에 걸친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면서 라면을 끓여 먹겠지요. 다리를 쭉 뻗고 앉아 TV를 보면서 뻥튀기와 바나나우유도 먹을 것입니다. 그러다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이만하면 잘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릴 것입니다. <귀가>는 혼자 사는 청춘의 쓸쓸한 저녁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입니다. 주인공의 모습이 배우처럼 잘생기지 않아서, 사는 모습이 마치 옆집을 들여다본 듯해서 더욱 눈길이 가는 작품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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