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어야만 이해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직접 겪어봐야 실감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느낌 말입니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생생한 감정을 도저히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그냥 “겪어보면 알아”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도 그런 감정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민한의 〈산그림자-기다림〉은 여간해서 그 정취를 느끼기 힘든 작품입니다. 도무지 ‘임팩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흐르는 강물이 화면을 가득 채웠을 뿐입니다. 밋밋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그림 제목을 보는 순간 그림이 다시 보입니다. 냇가에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본 사람은 압니다. 동산에서 뜬 해가 한낮을 지나 비스듬한 산그림자를 드리운 채 서쪽 하늘에 걸릴 때까지 시간은 마치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백로처럼 꼼짝하지 않고 물만 바라본 사람에게 강물은 기다림 그 자체입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릴 때 물을 보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막막하지만 포기가 안 되는 감정을 넓은 강물에 담았습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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