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개봉했던 한국 영화 <4등>을 보셨는지요? 수영을 좋아하지만 대회 성적은 만년 4등인 아들과 1등에 집착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생은 꼭 1등이 아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갑빠오 작가는 이 영화를 보고 ‘앞으로 앞으로’라는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게서 이 시대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인생은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레인을 거슬러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유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배움도 함께 말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라는 신념은 작품에 그대로 투영돼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장식미술(decoratione)을 공부한 작가는 정통으로 그림수업을 받지 않았습니다. 손기술 뛰어난 작가들처럼 완결성이 뛰어난 그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쩌면 ‘잘’ 그리는 것에는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다양한 ‘관계’에 집중합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관계’를 풀어가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무장해제시킵니다. 어린아이 손짓 같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도 세상도 훨씬 단순하게 보입니다. 단순화된 세상에선 정말 중요한 것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삶의 본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작가의 다음 작업들이 더 궁금해집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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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