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근의 <달동네-마을버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그린 작품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무뿌리 같은 도로입니다. 길을 따라 집을 지었는지 아니면 집을 피해 길을 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도로는 용케도 집과 집의 빈틈 사이로 뻗어 있습니다.
그 삐뚤빼뚤하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도로를 마을버스가 지나갑니다. 행상, 노점상, 공사판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을 남루한 집 앞까지 실어다 줍니다. 화면은 원근법이 무시되고 여러 가지 시점이 뒤섞여 있습니다. 비정형의 도로는 위에서 내려다본 시각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자 같은 집들은 측면에서 바라본 시각입니다. 그 때문에 화면에서는 집 위에 집이 겹쳐 있는 듯한 불안함과 아슬아슬함이 느껴집니다. 이곳이 완만한 평지가 아니라 도시 외곽의 산비탈에 세워진 달동네임을 뜻합니다.
엄경근의 그림은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달동네 사람들의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부모님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격려의 찬사 아닐까요?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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