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완제 공정 |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 백신 파트너십 성과는?
“우리나라 두 기업과 미국 바이오 기업의 이번 협력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인류의 일상 회복을 앞당겨줄 것이다.”
5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인류를 구할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의 원천기술과 우리나라의 생산 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체결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양해각서(MOU), 보건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가 맺은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CDMO)에 대한 양해각서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의 뛰어난 백신 개발 기술과 원부자재 공급 능력,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생산 역량 등 상호 강점을 결합해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백신 생산·공급을 가속화하기로 한 것이다.
노바백스와 모더나는 자체 생산 설비·공장이 없는 백신 연구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진 곳에 위탁생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가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제조 기술 + 정부 신속한 지원
5월 27일 만난 김성우 SK바이오사이언스 팀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된 배경에는 회사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인적자원뿐 아니라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7월 SK바이오사이언스-보건복지부-아스트라제네카가 3자 간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생산 협력을 논의하던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주관하면서 백신 생산을 지원해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바백스와 체결한 3자 협력에서도 우리 정부가 두 회사(SK바이오사이언스, 노바백스)의 원활한 백신 공동개발과 기술 이전을 적극 지원하고 2000만 명분(2회 접종이므로 4000만 회분)을 선 구매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L하우스)은 5억 도스(접종회분)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김 팀장은 “L하우스에 독감 백신 생산시설도 있는데 2021년에는 독감 백신은 중단하고 코로나19 백신에만 생산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완제품과 원액 둘 다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맺고 한 달 뒤인 8월에는 노바백스와도 백신 위탁생산 협력에 합의했다. 이어 2021년 2월에 노바백스와 완제품과 원액 제조는 물론 기술 이전까지 담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노바백스는 1987년에 설립된 연구·개발 전문 회사로 이번 코로나19 백신 완성품을 최초로 상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은 기술 장벽이 높고 생산설비에도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분야다. 게다가 백신은 매우 드문 전염성 감염증에 필요한 약물이라서 고정 수요가 적다. 따라서 바이오업체로서는 상업적으로 개발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 독감 백신 공급은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SK와 녹십자 등 몇몇 회사가 맡아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은 29종 개발됐는데 우리나라 바이오업체가 개발할 수 있는 건 15종가량이고 국내에서 상용화된 건 7~8종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L하우스’ |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백신 제조 기술 역량·기반 확대 효과
김 팀장은 “노바백스가 그동안 수차례 백신을 개발했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감염 질환이 없어지면서 생산을 도중에 접어야 하는 아픈 역사가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로 노바백스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며 “SK가 2015년 독감 백신을 기존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으로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해 노바백스 등이 SK를 글로벌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유정란 백신 생산방식은 약 6개월이 걸리는 반면 배양탱크 안에서 세포배양 방식은 2개월이면 가능해 신종 감염병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 노바백스는 세포배양을 잘하는 바이오기업을 물색하던 중 SK 안동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하고 난 뒤 2020년 8월에 즉시 위탁생산 협약을 맺었다. 안동 공장은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노바백스와 기술 협력을 맺고 노바백스 백신 원액을 직접 생산한다. 김 팀장은 “상업용 생산 준비를 마치고 미국·유럽·한국의 보건당국들로부터 허가를 기다리는 상태”라며 “기술 이전 뿐 아니라 효율적인 생산공정도 두 회사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의해 짤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백신 위탁생산 방식은 크게 원액 등 원료의약품(DS) 생산공정과 원액을 받아 병에 주입하는 입병 및 라벨링·포장에 대한 완제의약품(DP) 생산공정으로 나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계약은 완제의약품 위탁생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 이전과 시험 생산 등을 거쳐 2021년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물량(수억 회분)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라이선스인(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기술 이전 및 원액 개발·생산까지 포함하는 CDMO) 계약 형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번 계약으로 SK가 상당 부분 기술을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백신 제조 기술 기반도 함께 넓어진다는 얘기다.
“국내 최초 mRNA 백신 생산”
코로나19 백신 형성·제조 방식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화이자·모더나) ▲바이러스 전달체 벡터(아스트라제네카·얀센) ▲합성항원 단백질 재조합(노바백스) 플랫폼이 있다. 정부는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백신과 독감 결합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어 국내 백신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5일 열린 세 개 부처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 합동 브리핑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완제 생산은 국내 최초의 mRNA 백신 생산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백신 완제 생산도 단순히 포장·밀봉하는 것을 넘어 무균 처리, 공정, 제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기술력이고 끝까지 백신 품질이 유지돼야 하므로 원개발사로부터 충전, 공정에 대한 기술 이전과 협력이 이뤄지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백신 생산·개발 기술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