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한미 두 나라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배터리·전기차·차세대 이동통신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5월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총 394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는 데 모두 170억 달러(19조 91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1조 1230억 원) 이상 투자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실리콘밸리에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GM, 포드와 손잡고 140억 달러(15조 722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 총 74억 달러(8조 3102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양국 간 경제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오늘 논의가 발전돼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반도체·배터리·자동차는 물론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포함해 전 업종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에 투자를 결정한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호명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미국과 이해관계 맞아 ‘윈윈 전략’
이번 한미 경제협력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잡으려는 미국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동참하는 형식이지만 우리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가 강화되는 효과를 바라볼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 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 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개방형 무선접속망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6세대(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전략 핵심 원료, 의약품 등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해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 대통령 방미 성과 합동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대등하고 호혜적인 경제협력 파트너로 격상됐다”며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공급망과 백신·에너지·첨단산업 협력으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문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양국이 상호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핵심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위한 상호 협력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중소·중견협력사의 수출과 동반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고 미국의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기업간 연구·개발 협력의 중요성도 높아져 우리 기술의 고도화 기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을 향한 대규모 투자가 중국 견제 동참으로 해석돼 중국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승욱 장관은 이에 대해 “양국의 이번 논의는 코로나19 극복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글로벌 의제로 특정국과 관련되거나 특정국을 배제하는 사안은 아니다”며 “중국은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시장으로 주요한 경협 파트너인 만큼 기업들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대중국 투자를 계속해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정부, 미국에 요청
정부는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문승욱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과 별도 면담을 했다”며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에 미 상무장관이 적극적으로 인센티브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미국은 지금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에 여러 인센티브를 담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이 잘 진행되도록 산업부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미 경제동맹에 대해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월 23일 논평에서 “양국 간 반도체 투자와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협력 강화 약속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가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 대유행, 기후변화 위기 등으로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반도체·배터리·전략 핵심 원료, 의약품 등의 공급망 회복은 물론 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논평을 내어 “첨단 제조 분야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이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제1의 경제협력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