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하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백신 제조·생산 역량과 미국의 백신 기술, 원부자재 공급 능력을 결합해 코로나19 백신의 세계적 공급량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백신 공급에 핵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수한 생산 역량, 인적자원 및 품질관리에 대한 국제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2일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과 관련해 4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 3분기부터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최종 형태로 만드는 ‘완제(병입) 충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백신 수억 회분은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유형 네 가지 중 mRNA(전령 메신저 리보핵산)를 기반으로 하는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기술 난도가 높은 의료 기술이다.
mRNA 생산 기반 확충 백신 개발에도 긍정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도 모더나와 투자 및 생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모더나는 우리나라에 mRNA 백신 생산시설 투자와 우리나라의 인력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우리 정부는 모더나의 국내 투자 활동과 비즈니스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mRNA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모더나와 mRNA 백신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보건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도 이날 백신 개발과 생산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국내 다수 기업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플랫폼과 같은 방식의 백신이다.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백신, 독감 결합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계약하면서 우리나라는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생산방식(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과 합성항원 방식(노바백스)에 이어 mRNA 기반 백신도 생산하게 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한미 양국 간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됐다”며 “세계적 수준의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가진 우리나라와 세계 최고의 백신 개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협력한다면 백신의 빠른 생산과 공급으로 전 세계 코로나19의 신속한 극복은 물론, 대한민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5월 23일 “모더나와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지 않은 mRNA 백신 개발에 대한 기술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며 “여러 백신 개발에 대한 임상·비임상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한 연구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 일부가 국내에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으로 생산 기반을 갖추면 국내에 공급하기로 돼 있는 물량 공급이 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백신 생산 역량 확보”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백신 원액을 들여와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완제의약품 공정에 그쳐 기술이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의 핵심인 원료의약품 생산은 스위스 론자가 맡고 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의 백신을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맺었고 스푸트니크브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휴온스 등 국내기업 연합체(컨소시엄)도 원액과 완제품 생산을 모두 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반장은 5월 24일 “완제의약품 생산이라는 것도 무균 공정이나 제조 품질 유지 등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수 국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영래 전략반장은 “끝까지 백신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술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위탁생산 계약 말고도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 사이에 mRNA 백신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도 체결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글로벌 백신 포괄적 파트너십’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차질없이 후속조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5월 24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다양한 플랫폼(전달체·합성항원·mRNA)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민간기업과 전문 연구기관의 역할이 막중하다. 후속조치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과 긴밀히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이에 “방미 성과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내각이 합심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하고 기업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