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만만하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을 치고 부수며 기성을 질러대는 사람들을 무심코 바라보다 문득, 어떻게 치고 부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나 하고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전자오락실 앞에서 두더지 때리기라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은 있다. 올라오는 두더지 형상의 인형을 향해 있는 힘껏 망치를 내리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착상에서 생겨난 게임 같은데, 내가 볼 때는 아무래도 두더지를 내리치는 사람의 주먹자랑 이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혹자는 게임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있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재미로 하는 것에 무슨 시비를 가르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바로 그 ‘재미 삼아’ 하는 행위조차 꼭 그렇게 폭력적이어야만 하는가 하고 의아해지고는 했다.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을 녹화하다 출연자로 나온 사람이 급하게 떡 먹는 연기를 펼치다 그만 기도가 막혀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또한 결국 노는 것, 재미 삼아 하는 것조차 폭력적 방식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의 하나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노는 행위에서까지 폭력적 방식이 횡행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 사람들이 진정으로 평화롭게 노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일하는 것만을 지고지선으로 알고 사는 사람일수록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 노는 법을 가르쳐 주는 ‘풍류학과’를 설치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언뜻 들으면 우스갯소리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상황이 이쯤 되면 결코 우스갯소리만도 아닌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근대화 혹은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싸우면서 건설하고, 건설하며 싸우자’라는 구호에 너무 익숙한 삶을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열심히 일한 자에게만 놀 자격과 능력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결과 혹 제대로 노는 법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판에 별 쓸모 없는 괜한 걱정일까.
그러나 시대는 바야흐로 산업화시대를 넘어 지식정보화시대라 하지 않는가. 일만이 일이 되는 게 아니라 놀이도 일이 되고, 일이 놀이가 되는 그런 세상이 바로 지식정보화시대의 한 요체 아닐까. 세상은 점점 즐겁게 일하다 보면 그것이 자신의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식정보화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고, 우리 사회 사람들이 그런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그러니까 제대로 노는 법을 모르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일을 해도 일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 결과 쌓인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또 폭력을 동원하는 일상적 폭력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노는 법을 익히자. 일과 놀이의 일체화! 우리 민족은 원래 유구한 세월을 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하며 살아 오지 않았나?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그 수많은 노동요나 풍물굿은 어떻게 생겨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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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