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center[/SET_IMAGE]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화마에 할퀴는 우리의 소중한 숲. 지난 한 해 동안 산불 발생건수는 총 271건. 넓이로는 여의도의 12배에 달하는 132.85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최고의 계절이겠지만, 봄·가을이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산림청 소속 산림항공관리소 대원들이다. 24시간 초비상에 돌입하는 상황도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잦은 산불은 이들 마음까지 새까맣게 태워놓기 일쑤다.
지난 1971년 산림청 항공대로 창설된 산림항공관리소는 서울·김포본부를 중심으로 양산·익산·원주·강릉·영암·안동·진천 등 전국에 7개 지소를 거느리고 있다. 40대의 헬기와 방제차량, 100여 명의 조종사와 정비사, 구조대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산림항공관리소의 첫번째 업무는 무엇보다 항공기를 이용한 산불 진화 작업.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물대포를 쏘거나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까지 진화대원을 수송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구역별로 활동하지만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구역을 넘나들며 전국 어디든 30분 이내에 도착한다.
[B]개소 이래 6년째 무사고 [/B]
지난 1998년 개소한 원주지소(소장 박원희)는 전국 7개 지소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모범 지소. 2002년 산림청 공중진화 우수항공지소로 선정된 데 이어 2003년에도 산림항공관리소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7개 항공관리소 가운데 최초로 6년 무사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결과였다. 대원들에게 위기의 순간도 없지 않았다.
“사명감 하나로 일하던 초창기에는 위험한 순간도 많았어요. 특히 계곡 산불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모르고 계곡에 하강했다가 팀원 전체가 불 속에 갇힌 적도 있거든요.”
김용호 대원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고는 한다. 팀원들이 살아남은 것이 기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바위 등 암석이 뜨겁게 달궈지거든요. 이런 암석에 물을 뿌리면 암석이 갈라져 산사태가 납니다. 초창기에는 이런 노하우가 부족해 위험한 순간을 맞은 적도 없지 않죠. 산불 진화를 위해서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아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이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척하면 삼천리죠!”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우선 정찰헬기가 긴급 투입된다. 원주지소의 주력 병기는 일명 ‘까무프’라고 불리는 러시아제 KA 32T 헬기. 최대속력 230km/h에 탑승인원이 최대 18명이나 된다. 산불 규모가 크지 않으면 정찰헬기가 불을 끄고 돌아오기도 한다. 검은 연기를 뚫고 정확한 목표지점에 물대포를 쏘아야 하는 위험한 비행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이들의 곡예비행은 공군 조종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정찰헬기가 공중진화대원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5분대기조인 공중진화대원들이 곧바로 출동한다. 레펠을 타고 공중낙하한 대원들의 주업무는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선을 만드는 일이다. 생흙이 나올 때까지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한다.
[B]등반사고 늘면서 구조 지원도[/B]
산불 진화시 대원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등짐펌프와 갈퀴가 전부다. 이렇게 열악한 장비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화마와 싸워야 하는 대원들이 의지할 곳은 동료밖에 없다.
“산불현장에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눈짓,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래서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6년 무사고의 비결도 결국 팀워크입니다.”
6명의 진화대원 전원이 특전사 출신인 원주지소는 7개 지소 중 처음으로 올해 산악구조대를 편성해 산악구조 활동도 시작했다. 올해 강원도에서 발생한 40건의 등반 사고 중 8건에 대해 헬기 지원을 했다. 등반객이 많은 요즘에는 하루에도 1~2건씩 헬기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박원희 소장은 “강원도 지역에는 산이 많은 데 반해 속초와 춘천의 119구조대에 헬기가 1대씩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구조 지원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현재는 산불 진화와 산림 방충 활동이 주업무지만,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라 산악구조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주지소는 이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산악구조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원 2명을 공군에 파견해 구조 훈련교육을 이수하게 했다.
“똑같은 산불은 하나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합니다. 막상 산에서 불을 만나면 우리도 무섭죠. 하지만 남들이 안 하는 일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한 번 해볼 만한 일 아닌가요?”
채승호 대원의 얼굴에서는 진한 자부심이 배어났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