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웍스 신수민 대리 ㈜스칼라웍스는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AI) 딥러닝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다. 전 직원이 12명인 작은 회사다. 스칼라웍스의 신수민(27) 대리가 지난 5월 열린 ‘고용평등 공헌포상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퇴사를 방지하기 위해 복리후생제도 및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용평등 공헌포상 기념식은 고용노동부가 2001년부터 남녀 고용평등 실현과 일·가정 양립에 앞장선 기업과 개인을 발굴해 매년 포상하는 행사다. 수많은 대기업 사이에서 이 작은 회사의 젊은 대리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스칼라웍스 사무실을 찾았다. 스칼라웍스는 현재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딥러닝이 결합된 머신 비전 기술(사람이 인지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대신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2명의 구성원 중 10명이 개발자일 정도로 개발자 비중이 큰 데다 평균연령이 30대로 결혼·임신·출산·육아를 앞뒀거나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개발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노력은 회사 입장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스칼라웍스의 유연근무가 어떻게 업무의 효율로 이어지는지 살펴봤다.
선택·재택근무제로 유연한 근무 스칼라웍스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집중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오후 2시는 지키되 출퇴근을 원하는 시간에 하고 각자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채우면 된다. 점심시간도 자유롭다. 낮 12시부터 1시까지 일반적으로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일하는 장소도 선택할 수 있다.
“개발자의 경우 개별적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 성향에 따라 능률이 오르는 시간대가 달라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스칼라웍스의 유연근무 틀을 만든 신수민 대리의 말이다. 2017년에 입사해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신 대리는 이런 제도를 만들기 전에 설문조사를 했다. 법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제도는 물론 구성원들에게 진짜 필요한 제도는 뭔지,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사례를 찾고 고민했다. 그 결과를 촘촘히 복지 제도에 녹였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외에 난임휴가를 도입하고 출산축하금과 보육수당제도도 마련했다. 당일 연차나 반차, 반반차 제도 등도 있어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임신·출산·육아는 모든 직원의 삶에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제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시기에 직원들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는 퇴사를 방지하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육아는 더 이상 한부모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 구분 없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가정에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직장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도입 후 두 명의 직원이 아빠가 됐다. 이들은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선택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번갈아 썼고 출산휴가 10일을 사용해 출산일과 조리원 퇴원까지 줄곧 산모와 아이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지금은 선택근무제를 통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등·하원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가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당일 연차나 반차, 반반차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휴가를 낸다고 눈치를 보는 일은 없다.
끊임없는 대화·노력으로 제도 정착 “미리 이런 제도를 도입한 덕분에 핵심 인력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어요. 두 아빠는 안심하고 업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직원이 많은데 회사의 안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자리잡을 테니까요.”
업무 분위기도 좋아졌다. 유연한 근무와 업무 환경 덕에 근무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다. 물론 이런 제도를 기획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직원들의 요구가 비슷하면서도 세부적인 요구사항이 달라 이를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시범운영 기간도 거쳤다. 신 대리는 끊임없이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개선 작업을 거치며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소수정예의 회사에서 자유로운 근무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신용선 대표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 신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시간과 회사의 시간은 동기화돼 있어 구성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것. 단순히 사업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과 가정의 중요성도 깊이 고려하고 있다. 경영철학 자체가 직원들이 직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도 개인적인 삶과 가정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스칼라웍스는 2021년 가족친화기업 인증과 2022년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칼라웍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도울 계획이다. 신 대리가 포부를 밝혔다. “개발자 특성상 끊임없이 새로운 학습과 성장이 필요해요. 이를 위한 학습지원금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해 일과 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고용노동부 대체인력 지원 확대
“소규모 기업도 육아휴직 부담없게”
대체인력지원금 월 120만 원 지원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업이 육아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대체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고 인건비 추가 지출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3년 고용노동부의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 중 42.3%가 300인 이상 기업 종사자인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17.8%에 불과했다.
고용부가 육아휴직 활용이 어려웠던 소규모 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소상공인연합회와 손을 잡고 육아지원제도 인지도와 활용도 제고에 나선다. 고용부는 2025년부터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 시 대체인력지원금을 월 120만 원까지 높이고 동료가 업무를 분담하는 경우엔 월 2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근로자의 육아휴직급여도 월 최대 25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 소득 걱정 없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제도를 잘 모르거나 활용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체 근로자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72개 업종, 약 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장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 ▲교육프로그램 제공 및 홍보자료 배포 ▲소상공인대회 홍보부스 운영 ▲우수사례 발굴·확산 등을 통해 육아지원제도를 홍보하고 활용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임영미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일하는 부모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사용하고 기업도 부담 없이 활용을 촉진하는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