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은 9월 23일 텔레그램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인물 이미지 합성물) 성범죄 피의자 74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허위영상물 집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달 말부터 집중단속 중”이라며 “현재 126건을 수사 중이며 피의자 74명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연령대별로 10대가 51명(69%)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1명(28%), 30대가 2명(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딥페이크 근절을 위한 법 개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9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것이다. 불법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만 해도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의 골자는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협박·강요 행위에 대해 협박은 징역 3년 이상, 강요는 5년 이상으로 처벌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긴급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이 사전승인 없이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됐다. 적극적인 수사 및 피해자 보호조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은 중앙 및 지역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근거 규정을 신설하고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도 삭제 지원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경찰청도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성범죄·악성사기·마약범죄 등 민생침해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9월 20일 2025년도 예산안을 2024년도 대비 4.2%(5457억 원) 증액한 13조 5364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요 사업비는 2024년도 대비 1.9%(494억 원) 증액한 2조 6067억 원이다.
예산안의 우선순위는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일상 확보를 위해 디지털성범죄·악성사기·마약범죄 등 민생침해범죄를 근절하고 범죄피해자·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 활동과 예방적 경찰 활동을 강화하는 데 있다. 특히 딥페이크와 관련된 항목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딥페이크 방식의 허위 영상물뿐 아니라 최신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한 허위 영상물까지 탐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위해 5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 3억 원에서 2억 원 늘어난 수치다. 딥페이크·딥보이스 등 진화하는 허위 콘텐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딥러닝에 기반한 허위조작 콘텐츠 복합 탐지기술 개발(R&D)을 위해서는 27억 원이 편성됐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9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는 악성사기(투자리딩방·피싱 등), 도박(온라인·홀덤펍 등) 등 민생침해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범죄 특별신고보상금’도 신설했다. 범죄조직의 균열을 유도하고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당 지급 액수를 최대 1억 원으로 과감히 상향했다.
이 밖에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보복범죄 방지를 위해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 서비스가 기존 3개 시·도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한 2025년도 예산안은 올해 7억 원에서 17억 5000만 원 늘어난 24억 5000만 원이다.
임언영 기자
박스기사
전국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 간담회
연인 휴대전화 잠시 빼앗아도 재물은닉죄 적용 검토
경찰청은 9월 24일 ‘전국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전국 18개 시·도청과 259개 경찰서의 여성·청소년 수사 책임자 등 305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제폭력 사건과 딥페이크 성범죄의 급속한 확산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새롭게 공유된 ‘교제폭력 주요 상황별 경찰 조치 방안’은 연인 간 말다툼 중 일방이 휴대전화를 잠시라도 빼앗은 경우 형법상 재물은닉죄 법률 적용을 검토하는 등 경찰관이 직면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제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지침은 연인 간 단순 말다툼이나 폭력 발생 시 경찰의 적극적 개입 가능성을 검토한 자료로 교제폭력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담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수사 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피해자 보호의 하나인 ‘잊혀질 권리’ 차원에서 누리소통망(SNS) 대상 게시물 삭제·차단,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 활용 등이 큰 공감을 얻었다.
그외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학대 등 관계성 범죄 전반에 대한 반복·중첩적 사례 관리를 통한 재발 방지 등이 강조됐다. 이날 한 참석자는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 책임자들 간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정책을 찾아내 서로의 의지를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엄정 수사 및 실효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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