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군립공원
가을 황매산은 일출보다 일몰이 장관이다. 완만한 능선 너머 찬란한 노을이 하얀 억새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억새를 쓰다듬을 때마다 그 반짝거림은 더 우아해진다. 우아한 은빛은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에도 우리의 눈을 멀게 하지 않는다. 황매산의 순하고 부드러운 능선처럼 따뜻하다.
철쭉으로 호사스러운 봄을 선물했던 경남 합천군의 황매산이 가을 억새로 마법을 부리고 있다. 해발 1113m,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황매산은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 있는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서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지며 아름다운 절경을 선사한다. 미국 방송사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 시 가봐야 할 50선에도 선정됐다.
황매산 자체도 아름답지만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더 없이 훌륭하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대병면·가회면 경계에 자리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을 모두 볼 수 있다. 사방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어느 계절에 가도 특유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일찍 피기 시작한 억새가 일찌감치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다.
황매산의 억새가 아름다운 것은 너른 평전 덕이다. 고도가 제법 높은데도 완만한 곡선이 형성돼 있어서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 철쭉과 억새 군락지가 형성된 스토리도 재미있다. 1984년 정부는 축산장려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황매산에 대규모 목장을 운영하게 됐다. 젖소와 양들이 주변의 풀을 모두 뜯어먹었는데 독성이 있는 철쭉만 먹지 않았다. 이후 낙농업 농가들이 떠나고 억새와 철쭉만 남아 지금의 독특한 경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10월 5~13일 황매산억새축제
억새가 절정으로 핀 시기를 공략하려면 황매산군립공원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억새 개화 현황 정보를 알 수 있다. 올해는 8월 20일부터 사진이 순차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억새의 꽃이 풍성해지고 은빛도 깊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황매산억새축제 날짜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합천군은 매년 억새가 피는 시기에 맞춰 황매산억새축제를 펼치는데 올해는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열린다. 가수 박현빈·한봄이 출연하는 개막식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버블 아티스트, 퓨전국악, 마술, 일렉디바, 싱어송라이터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매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
축제 기간에만 약 10만 명의 방문객을 예상하는 주최 측은 산의 역사와 자생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숲 해설 투어, 교통약자를 위한 전동카트 투어 등 억새밭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황매산 자락에서 재배된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농산물 직판장도 운영되는 등 풍성한 이벤트가 많다.
억새와 함께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정상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별빛언덕과 산불감시초소의 전망 데크를 추천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들꽃놀이’ 뮤직비디오와 MBC 드라마 ‘연인’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장소다. 일몰 시간에는 억새 촬영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사람들의 번잡스러움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고 아름답다.
별·은하수와 함께하는 가을밤
떨어지는 해와 함께 억새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사방이 어둑해진다. 그냥 발길을 돌리기엔 좀 허전하다. 이제부터는 황매산의 가을밤을 즐길 시간이다. 황매산은 전국에서 은하수를 보기 가장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난, 일명 ‘별 맛집’이다.
정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쉽게 별을 만날 수 있다. 주차장은 24시간 운영돼서 편리하다. 야간 방문이 매년 늘어나면서 합천군은 야행 방문객을 위해 군립공원 관광휴게소인 ‘철쭉과 억새 사이’ 건물 나눔 데크 주변으로 유도등을 설치했다. 일몰 시간부터 밤 10시까지 유도등이 켜져 있어서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유도등은 눈부심 방지 후드가 있어서 눈이 편안하고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철쭉과 억새 사이 건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으로 설계된 황매산의 또 다른 명소다. 2021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콘크리트 뼈대에 철과 유리만 입혀 완성한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과 동화돼 멋스럽다.
해발 850m에 위치한 황매산 별쿵 캠핑장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유명하다. 제1캠핑장과 제2캠핑장을 합쳐 총 110면의 사이트가 있어서 캠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3년 공공 우수야영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이었는데 7월 25일부터 황매산 별쿵 캠핑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별쿵은 합천을 친숙하게 홍보하고자 만든 캐릭터로 별이 내려앉은 도시 합천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떠나지 못하는 운석을 표현하고 있다.
별쿵 캠핑장은 탁 트인 시야로 은하수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캠핑장에서 별 사진을 촬영해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곳은 조금 더 올라간 황매산성이다. 산성전망대가 별의 배경이 돼준다.
‘태극기 휘날리며’부터 ‘미스터 선샤인’까지
황매산은 영화·드라마 등의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억새 군락지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가 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주몽’, ‘선덕여왕’, ‘미스터 션사인’ 등에도 황매산의 아름다운 배경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황매산미리내파크는 영화 ‘은행나무 침대2’인 ‘단적비연수’를 촬영했던 곳이다. 산속에 작은 원시마을이 조성돼 있다. 경남 산청군과 ㈜강제규필름에서 공동으로 투자해 제작한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그 흔적을 그대로 보존했다. 촬영에 쓰였던 31채의 원시부족 가옥을 복원하고 10여 개의 풍차와 은행나무 고목, 대장간, 칼, 활, 봉화대, 벽화는 물론 주인공의 캐릭터 등 1000여 점의 소품과 영화 관련 자료들을 모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주제 공원을 만들었다. 덕분에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 여행객이라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임언영 기자
‘합천?8경(景)’
가야산과 해인사
조선8경 중 하나인 가야산은 주봉인 상왕봉을 비롯해 두리봉, 비계산 등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병풍을 친 듯 둘러서 있는 천하명산이다. 1966년 사적 및 명승지로,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법보종찰 해인사는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로 꼽힌다. 세계문화유산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으며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 7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소리길과 홍류동계곡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약 7.2㎞에 이르는 구간으로 2011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통된 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홍류동계곡은 해인사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4㎞에 달하는 계곡이다.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에 붉게 투영돼 보인다고 해서 홍류동계곡이 됐다.
황매산 사계
황매산은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위치한 소백산맥의 마지막 봉우리로 해발 1113m를 자랑하는 명산이다. 1983년 합천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알려져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초록평원,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으로 사계절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는 전국 최적의 은하수관찰 명소로 손꼽힌다.
합천호와 백리벚꽃길
합천호는 1988년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 물줄기를 막고 합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백리벚꽃길은 합천에서 댐을 지나 거창까지 이어지는 호반도로다. 춘천호나 충주호를 연상시키는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합천영상테마파크
192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 190여 편의 촬영장이 된 이곳은 골목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트램과 마차 등을 이용해 둘러볼 수도 있다. 뒤편으로는 15만㎡ 규모 전국 최고의 분재공원과 정원테마파크가 개장했다. 청와대 촬영세트장과 함께 분재온실, 생태숲체험장, 목재문화체험장 등이 조성돼 있어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다.
합천운석충돌구
합천군 초계면 대암산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그릇처럼 움푹 파인 지형을 볼 수 있다. 높이 200~700m의 산봉우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중심부가 평탄한 분지 형태다. 지름이 7㎞에 달하는 적중·초계분지는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유일한 운석충돌구다.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 결과 적중·초계분지는 약 5만 년 전 지름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옥전고분군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구릉지대에 분포하는 합천지역의 중심 고분군이다. 1985년부터 6년간 경상대학교박물관에 의해 5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됨으로써 이 지역에 소재한 가야국 최고지배자집단의 공동묘지임이 분명해졌다. 발굴조사를 통해 대형고총고분으로부터 소형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묘제들이 확인됐고 유물 2000여 점이 수습돼 삼국시대 고분문화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이 됐다.
정양늪생태공원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어주는 생명의 터 정양늪의 보존을 위해 조성됐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이며 생물학적·생태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로 보고돼왔다. 황강의 수량과 수위 감소로 육지화되고 인위적인 매립으로 수질 악화가 가속화돼 습지의 기능이 상실되자 2007년 합천군에서 정양늪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사진 합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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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