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하이랜더가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잠수함 데이터모듈 배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gadgettendency](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중국의_하이랜더가_잠수함_데이터모듈_배치작업을_하고_있다._photo_gadgettendency_640.jpg)
인공지능(AI)의 보편화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그린데이터센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린데이터센터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낮춰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개념이다.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우리 일상이 디지털화되는 속도만큼 그 정보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도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를 태워 전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한 숫자만큼 탄소배출량도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펄펄 끓고 있는 지구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그린데이터센터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서버 열 식히는 친환경 냉각 기술이 핵심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5% 이상이 매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총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전 세계의 데이터 총량은 2016년 약 20제타바이트(ZB, 10의 21승바이트)에서 2022년 80ZB로 증가했다. 2025년에는 175ZB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인 컴퓨터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시설물이다. 마치 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듯 반도체와 전자장치가 공장처럼 구축돼 있다. 인터넷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 쇼핑, 암호화 등 방대한 정보의 저장과 출력을 위해 수천, 수만 대의 서버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공간이어서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각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2023년 말 기준 1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데이터 처리 용량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이 더욱 많아진다는 점이다.
흔히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한다. 서버(대형 컴퓨터) 수만 대가 모여 있다 보니 소비하는 전력도 엄청난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필요한 냉각용 전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의 약 50%가 서버 냉각에만 사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였다. 2026년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620~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통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때 3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한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과열로 부품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20~25℃로 낮춰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잡아내는 기술이 결국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열 식히는 방식 찾기’에 고심 중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열 식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한 기술은 공랭식이다. 공기를 통과시켜 기기에서 방출되는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고 환풍기가 돌아갈 때 소음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해 지금은 새로운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액체 냉각이다. 공기 대신 액체를 흘리거나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내뿜는 하드웨어를 물속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액체는 열전달이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공랭식보다 20%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최대 1000배까지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미국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액체 냉각 방식을 쓰는 대표적 기업이다.
바닷속에 데이터센터 건설, 탄소배출 획기적으로 줄여
한편 중국 기업 하이랜더는 데이터센터를 아예 바닷속에 건설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하이난섬 인근 바닷속 35m 지점에 100개 잠수함 데이터모듈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4월 첫 번째 데이터모듈(저장장치)을 설치했고 11월 말부터 다른 모듈들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강이 아닌 바다 밑에 건설하는 걸까? 바닷물은 담수보다 비열(어떤 물질 1g을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용량이 커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이 더 빨리 방출될 수 있다. 즉 동일한 냉각 효과를 얻는 데 담수보다 해수를 사용하는 게 냉각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얘기다. 바닷물이 냉각수 역할을 하는 만큼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중국은 육상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보다 연간 약 1억 2200킬로와트시(㎾h)가 절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민 16만 명의 평균 전기 사용량과 비슷하다. 또 해수 이용으로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그린데이터센터 도입도 활발하다. 구글은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를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냉각시스템 최적화, 신소재 서버 도입, 머신러닝 기반 예측 알고리즘 개발 등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의 백업 전원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2년 7월 약 1만 개의 컴퓨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가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데이터센터에 구축하고 실제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2030년까지는 모든 데이터센터의 전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만나볼 수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수소연료전지를 보조전원으로 채택한 120㎿의 데이터센터를 인천 부평에 구축 중이고 LG유플러스 평촌 데이터센터는 값싼 심야 전력으로 얼음을 얼려 주간 냉각에 활용하는 빙축열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은 탄소배출 저감 개선의 폭이 작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향후 데이터센터의 고속성장이 예고된 만큼 그린데이터센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형자](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KakaoTalk_Photo_2022-12-28-20-40-23_640.jpg)
김형자
<Newton>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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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