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잘못된 높임말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 후배가 누리소통망(SNS)으로 보낸 온라인 청첩장을 보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결혼식이 열리는 데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참석한다고 확답하기가 망설여지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디 결혼식장뿐일까요? 장례식장, 돌잔치 등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다 같이 모여 경사는 축하해주고, 조사는 위로해줘야 하는데 ‘참석은 말고 돈만’ 보내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실제로 각종 경조사에 보내는 ‘디지털 봉투’(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가 급증했다는 기사도 눈에 띕니다. 그야말로 ‘코로나 신풍경’입니다.
하지만 ‘평소 아끼던 후배인데…’ 씁쓸함이 며칠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민될 땐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결국 마스크로 무장하고 오랜만에 예식장에 가봅니다. 참석 인원수 제한으로 분위기도 가라앉고 서로 대화도 꺼리는 분위기라는 말에 걱정했던 것도 잠시, 오히려 가족끼리 축제를 즐기는 오붓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사회자의 멘트.
“○○○님의 주례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아 저건 아닌데….’ 순간 직업의식이 발동합니다. ‘말씀’은 ‘하시는’ 것이지 ‘계시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주례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축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등은 예식장에서 주례할 때, 회사에서 행사할 때, 학교에서 졸업·입학식을 할 때와 같이 곳곳에서 쓰이지만 존경의 어휘를 잘못 쓴 표현들입니다. 아마도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기서는 ‘○○○님이 주례 말씀을 하시겠습니다’가 옳은 표현입니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잘못된 높임말, 또 어떤 게 있을까요?
“한번 드셔보세요”
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한번쯤 멈춰서게 되는 곳, 바로 시식코너죠. 지금은 코로나19로 좀처럼 볼 수 없는 추억의 풍경이 됐지만, 이쑤시개에 콕 집어 건네며 판매원이 하던 말 ‘한번 드셔보셔요’가 잘못된 말인 걸 아셨나요?
‘드셔보세요’에서 드시다는 ‘들다’에 ‘-시-’라는 존대어가 들어간 것이고, 보세요는 ‘보다’에 역시 ‘-시-’라는 존대어가 있습니다. 이처럼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땐 맨 마지막 서술어만 높이면 됩니다. ‘가보세요’라고 하지 ‘가셔보셔요’라고 하진 않죠.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보셔요’ ‘한 말씀 하셔주셔요’는 말이 안되는 표현이죠.(‘노래 불러보셔요’ ‘한 말씀 해주셔요’가 맞습니다) 따라서 음식을 권할 때는 ‘드셔보세요’가 아니라 ‘들어보세요’ 혹은 ‘먹어보세요’라고 해야 합니다.
“수고하세요”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이후 일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칼퇴근’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는데요. 상사 눈치를 보느라 또는 야근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던 때와는 분명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때 상사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입니다. ‘수고’는 격려하는 차원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을 말합니다.
단어 뜻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대 국어에서 ‘수고’는 ‘고통을 받다’는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표준언어예절’을 통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될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럼 어떤 말을 쓰면 좋을까요? 국립국어원은 “공적 관계에서, 또는 윗사람에게 ‘수고하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경우 그 상황에 따라 적절한 다른 인사를 찾아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이 일하는 윗사람을 두고 자리를 떠난다면 “수고하세요” 대신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반대로 윗사람이 먼저 퇴근한다면 “안녕히 가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같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좋은 표현입니다.
“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겠습니다”
‘-겠-’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을 나타낼 때 쓰는 어미입니다. ‘지금 떠나면 새벽에 도착하겠구나’ ‘올봄엔 따듯하겠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예측, 예상, 기대, 바라다’ 따위는 이미 그 단어 자체에 ‘추측’의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굳이 ‘-겠-’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때는 ‘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사물존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때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일반적이던 시절, 이 표현이 물건을 과도히 높이는 잘못된 말임이 알려진 후 일부 커피전문점이 컵 받침대에 적어놓은 문구입니다. 이 같은 자정 노력 끝에 지금은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는데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과도한 높임말 등도 하나씩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백미현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