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홈런을 친 타자가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이 메이저리그(MLB)에서는 금기 사항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른바 ‘빠던’(빠따 던지기)으로 인기를 누린다. 5월 5일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NC의 모창민이 타격 뒤 방망이를 던지고 있다.│ NC 다이노스서울 이태원 클럽의 확진자로 코로나19 확산 긴장감이 다시 올라가는 요즘입니다. 백신 개발 등으로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기 전까지 집단감염은 늘 존재하는 위험입니다. 그만큼 예방을 위한 주의를 잃지 않는 집중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겐 한숨 돌릴 여유도 필요한 법입니다. 프로스포츠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능을 담당하곤 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울한 풍경 가운데 하나는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큰 스포츠 행사들이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도중에 중단하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뒤로 미뤄졌고 유럽 프로축구 주요 리그는 중단되었습니다. 최다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프로야구(MLB) 개막이 연기되었고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등은 중단되었습니다. 스포츠 전문 채널
‘빠던’이 불러온 문화적 충격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했지만 ‘코로나19 대처 선진국’답게 프로스포츠의 회복도 빨랐습니다. 감염병으로 중단됐던 프로야구 시즌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세계 두 번째 나라(첫 번째는 대만)가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 소식을 전했고 심지어 ‘야구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방송이 생중계하기까지 했습니다. 20여 년 전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가슴 떨려 했던 나라가 역으로 그 자신의 프로야구를 전송한 것이지요. 야구팬이라면 물론이겠고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 개막전을 송출했던
배트 던지기(bat flip)란 타자가 투수의 공을 친 뒤 자신의 방망이를 던지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른바 ‘빠던’(빠따와 던지기를 합성한 속어)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전문매체가 한국의 빠던에 관심을 갖게 된 큰 이유는 문화적 충격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이 행위를 투수와 야구에 대한 ‘모욕’으로 본다고 합니다. 팬들도 ‘어떻게 감히!’라고 생각할 만큼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이죠. 반면 한국에선 타자, 투수, 팬 등 아무도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팬들은 열광하고 경기는 더 흥미진진해지기도 합니다. 한국의 이런 경기 영상이 전해지면서,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빠던에 미국 팬들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결론은 50대 중심 올드팬에 마치 ‘오페라’처럼 경건한 늙은 미국 야구보다, 남녀노소가 어울려 요란한 응원곡과 치어리딩 속에 ‘록 페스티벌’처럼 즐기는 젊은 한국 야구의 문화적 차이를 그 중요한 이유로 꼽습니다. 빠던은 전체 경기에서 작은 요소에 불과하지만 좀 더 큰 맥락의 문화적 차이를 집약해 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경기에 목말랐던 미국 야구팬들의 눈앞에 펼쳐진 한국 경기의 모습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코로나19가 인간 사회와 스포츠에 이런 의도치 않은 영향을 불러오는 점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전통 스포츠 공백에 기회 맞은 ‘이스포츠’
코로나19가 불러온 다른 의외의 현상은 이스포츠(e-sports)가 전에 없는 기회를 맞았다는 점입니다. 직접 관람과 입장 흥행이 중요한 요소인 전통의 스포츠와 달리 온라인 게임을 바탕으로 하는 이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습니다. 미국 <타임>지 보도로는 대표적인 게임 중계 사이트인 트위치의 시청자 수가 3월 동안에만 31%나 올랐다고 합니다. 전통의 스포츠가 중단되면서 생긴 무료함의 진공 영역을 새로운 오락(엔터테인먼트)이 뻗어나가고 있는 셈이죠. 전자 스포츠가 이번에 주류 스포츠로 오를 발판을 마련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코로나19가 물러나고 난 뒤 프로스포츠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일로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현대 프로스포츠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일부 스타플레이어로 모이는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집약해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인 양 홍보한다는 비판, 각종 미디어에 넘쳐나는 과한 스포츠 소식이 현대인에게 안식을 주기보다 정신을 어지럽힌다는 비판, 승부와 몸값이 스포츠의 전부처럼 여기게 한다는 비판 등입니다. 비자발적으로 모든 사회가 속도를 줄이고 거리를 두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늘린 지금이 지나고 나면 코로나19가 스포츠에도 어떤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쳤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권오성_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해 미래, 과학 분야를 맡던 중 뉴욕 시러큐스대학으로 연수를 떠나 컴퓨터 기술과 저널리즘의 융합 분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미래와 과학>(인물과사상사, 공저) 등이 있다.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