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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게티이미지뱅크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카페에 자주 간다. 카페라는 공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큰 편이다. 그래서 이사할 때 동네가 어떤지 둘러보면서 괜찮은 카페가 있는지, 이곳으로 이사 오면 어느 카페에서 일할지 가늠해보곤 한다.
발간한 여러 권의 책을 볼 때면 그 소설과 에세이의 초고를 썼던 카페와 교정지를 보았던 카페가 떠오른다. 카페를 고를 때는 공간 전체의 분위기와 내부 인테리어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커피 맛이 좋은지, 음악은 어떤지, 조명과 의자, 테이블이 일하기 편한지 살펴본다.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하는 카페가 드문 편이라 초고를 쓸 때는 조용하고 커피 맛이 좋은 카페, 노트북으로 타이핑할 때는 테이블이 넓고 의자가 편한 카페, 책을 읽을 때는 창이 크고 음악이 좋은 카페에 중점을 두고 분류해서 방문한다.
현실적으로는 월요일의 카페, 화요일의 카페, 집 근처의 카페, 수업하는 곳 근처의 카페, 이런 식으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나누지만, 일하러 가는 카페와 누군가를 만나거나 쉴 때 가는 카페를 구분해두려고 한다.
10년 가까이 수업하러 다니는 곳 근처에는 카페가 많다. 낮 수업이 끝난 뒤 저녁 수업까지 시간이 빌 때면 누군가를 만나 점심을 먹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소설을 쓰거나 수업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여러 군데의 카페를 두루 다니며 책도 읽고 일을 했다. 그러다 3년 전쯤 공간과 커피, 음악, 모든 것이 훌륭한 카페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다니던 카페들을 뒤로한 채 일주일에 한 번 그 카페에 가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단층의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는 외부의 뜰과 내부의 공간으로 나뉜다. 카페 입구부터 외부의 뜰을 지나 내부의 출입문까지 자갈이 깔려 있고 동그란 디딤돌이 뜰을 가로지른다. 반원 형태의 뜰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단풍나무와 오래된 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외부의 공간이 따사롭고 소박한 분위기라면 카페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나는 주로 안쪽의 테이블에서 일했지만 봄과 가을의 오후에는 감나무 아래 테이블에 나와 오래 앉아 있었다. 외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을 보고 먼 곳의 하늘을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웠다.
그곳은 자주 가는 여러 카페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커피를 주문하다가 일하는 분에게 카페가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페가 있던 자리에 다른 상업시설이 들어오는지, 허물거나 구조 변경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오셨다가 당황하실까 봐 단골들에게만 미리 말씀드려요.”
나는 이미 당황한 상태로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쉽네요”라고 대답했다. 따뜻한 커피를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바람이 좀 차가워졌지만 야외 뜰에 앉아 감나무, 단풍나무와 담벼락의 담쟁이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영영 사라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카페에서 보낸 3년의 시간과 그동안 썼던 중편소설과 단편소설들이 떠올랐다. 단골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어떤 공간이 현실에서 사라져버린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카페뿐 아니라 요즘 많은 곳이 영업을 중단하고 자리를 비우고 있다. 목이 좋은 곳은 바로 새 단장을 거쳐 다른 점포로 바뀌지만 ‘임대’ 표시를 붙인 채 오래 비어 있는 공간도 많다. 있던 것이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곳이 생기는 게 세상의 이치지만 좋아하는 곳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마음 아프다.
좋아하는 카페가 오래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뜰의 나무가 2021년에도 새 잎과 열매를 맺기 바라는 마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소박하지만 소박한 것들을 지키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힘이 든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서유미_ 소설가.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두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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