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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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작년에 비해 큰 추위 없이 지나가고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온다. 아직은 마지막 가는 겨울이 아쉬워 꽃샘추위가 시샘을 해서 얼른 봄이 오지는 않고 간간이 추위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기도 한다. 어쨌든 자연의 이법과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지 올해도 머지않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올 것이다.
봄의 상징은 꽃들인지라 먼저 산수유와 매화가 피어나 화사한 자태를 과시하고, 목련이 3월 중순부터 피어 봄의 기운을 보여줄 것이다. 샛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가 피면서는 산과 들이 울긋불긋해지고 벚꽃이 도로와 아파트 화단, 산골에 피며 봄의 절정을 이룰 것이다. 비록 여름과 겨울이 더 길어 봄이 쉽사리 오지는 않지만 따뜻한 기온과 더불어 봄의 상징 꽃들이 거의 다 피면 만물이 소생하는 느낌을 줄 것이다.
또한 날씨가 풀리면 몸을 활짝 펴고 성급한 아낙네들은 들녘에 나가 봄물 드는 쑥을 캐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쑥, 달래, 냉이 등 여러 가지 봄나물이 온 산천에 깔리게 된다. 시골에서 자란 나의 어린 시절은 보릿고개 시대였기에 봄나물을 닥치는 대로 뜯어 모자라는 양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할머니, 어머니, 언니 등 여자들이 총동원되어 바구니에 쑥을 캐 담고 달래나 냉이도 뜯었다. 할머니, 엄마와 함께 밭두렁에 앉아 쑥과 냉이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마냥 좋아라 했다. 할머니는 구부러진 허리에 봄나물 가득 담긴 소쿠리를 끼고 오다 피곤하셨는지 수양버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가자 하시며 주저앉았다.
때마침 수양버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한지라 가지가 축 늘어진 수양버들을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끝을 납작하게 한 뒤 얇게 칼로 다듬어 기어코 피리를 만들어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할머니 뒤를 따라오며 “삐리리 삐리리” 목이 아프도록 열심히 피리를 불어댔는데,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봄나물 뜯으러 가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쑥도 뜯고 피리도 부는 재미로 마냥 가족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뜯어온 쑥으로 어머니께서 쑥국을 끓여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으며, 쑥국은 아픈 목을 낫게 해준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남은 쑥은 쌀가루를 묻혀 쪄내는 쑥털털이라고 있었는데, 식량이 귀했거나 없던 시절 식사 대용으로 자주 해 먹었다. 많이 쪄서 이웃과 친척집에 돌려 나눠 먹기도 했다. 그리고 냉이와 달래는 된장국에 넣으면 정말 봄 냄새 같은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요즘은 보통 아주머니들이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데, 옛날 온 가족이 봄나물 뜯으러 함께 나갔던 추억이 새롭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도 해보지 못하고 그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만 몰두해 애처롭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한창 어린 시절에는 자연과 벗하며 친구들과 함께 장난도 치고 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내야 하는데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 등 콘크리트벽 안에만 가두어 과연 사는 맛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부모들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시간을 내어 자녀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쑥도 캐보고 냉이와 달래도 뜯는 봄의 산 경험을 해주었으면 한다.
봄나물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있다고 하니 건강식이 아닌가. 아마 60이 넘은 내가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에 봄나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지영 부산 북구 화명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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