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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명저로 읽는 과학세상] 에드 용의<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기자 초년병 때 취재한 소비자보호단체는 엄마젖 먹이기 운동을 열심히 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특히 분유업체의 마케팅에 맞서 엄마젖의 우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는 분유를 선호하는 문화가 남아 있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가슴선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었다. 당시 시민단체의 취약점은 모유가 ‘분유’보다 얼마나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검증된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책_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의 2016년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이 달라졌다. 엄마젖을 왜 먹여야 하는지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가 발견한 것이 산처럼 많았다. 이 책은 미생물과 동물의 공생을 말한다. 엄마젖의 미생물 과학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많이 쳤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다. 영국의 중국계 젊은 과학 저술가가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생물학자들의 활약상이 가득했다.

모유는 미생물과 사람과의 오묘한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에는 모유의 과학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다. 브루스 저먼 교수에 따르면, 모유는 포유동물이 내놓은 혁신적 신상품이다. 2억 년의 진화를 통해 모유 성분은 개량되고 완성되어 유아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제공한다. 인간의 엄마젖은 포유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모유 올리고당은 소젖보다 종류가 다섯 가지나 많고, 총량은 수백 배나 된다. 진화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 모유도 인간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
 
모유는 미생물과 사람과의 오묘한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 모유 올리고당은 젖당과 지방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모유 성분. 정작 아이는 이 올리고당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몸속에 들어가면 아기의 위장과 소장을 그냥 통과해버린다. 그다음 통과지인 대장이 올리고당의 목적지다. 모유 올리고당은 아기가 아니라 장 속의 특정 미생물을 먹이기 위한 영양소다. 2006년 브루스 저먼 교수 팀은 장내 미생물에서도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인판티스(B. 인판티스)를 모유 올리고당이 먹여 살린다는 걸 알아냈다.

모유 올리고당이라는 영양소를 제공 받은 B. 인판티스는 배불리 먹고 장내 다른 미생물과의 자리다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대신 B. 인판티스는 밥값을 제대로 한다. 유아 소화관 세포의 먹이가 되는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낸다. 엄마는 B. 인판티스에게 모유 올리고당을 먹이고 B. 인판티스는 아기에게 단쇄지방산을 먹이는 거다. B. 인판티스가 하는 일은 그뿐이 아니다. 소화관 세포와 접촉, 접착성 단백질과 항염 분자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접착성 단백질은 소화관 세포 사이의 틈을 메우고, 항염 분자는 면역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의 저자 에드 용에 따르면, 우리는 미생물을 소독해서 죽여야 할 적이라고 오래도록 잘못 생각해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미생물을 세균으로 간주하며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피해야 할 전염병을 가져다주는 불청객쯤으로 여긴다.” 그 말이 맞다. 나도 내 몸속은 그렇다 하더라도, 피부와 눈썹 등 도처에 미생물이 있다고 생각하면 께름칙하다. 에드 용은 이어 “신문에서는 주기적으로 희한한 이야기를 퍼뜨린다. 키보드나 휴대폰, 문고리와 같은 일상용품이 세균에 뒤덮여 있다고 한다. 변기 시트에 세균이 우글거린다는 기사는 더욱 가관이다”라고도 한다.

대부분 미생물은 병원균이 아니며 우리를 병들게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종은 100가지 미만이며, 위장관에 사는 수천 가지 종은 대부분 무해하다. 그러니 미생물을 제대로 평가할 때다. “미생물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인간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크게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에드 용은 말한다. 그건 옳은 말이다. 내 몸을 알기 위해서는 내 몸과 공생, 공존하는 미생물 존재를 알아야 한다.

미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일종의 동물원이다. 미생물 수를 헤아리기는 힘들지만, 가장 최근 추정치는 한 사람이 30조 개 세포와 39조 마리의 미생물을 갖고 있다. 미생물은 몸의 표면, 체내, 때로는 세포 안에도 산다. 동물 개체가 갖고 있는 미생물 군집을 집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부른다. 신생아의 마이크로바이옴의 4분의 3은 어머니에게서 온다. 신생아는 무균실인 어머니 자궁을 나오는 즉시 미생물이 우글거리는 질을 통과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이 같은 어머니의 미생물 세례를 받지 못한다.

우리는 미생물과 조상을 공유하고, 미생물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몸 곳곳에 왜 이리 미생물이 많은가? 우리는 미생물과 조상을 공유하고, 미생물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우리는 미생물과 동맹을 맺고 있다. 관계는 정말 깊다. 에드 용은 “인간의 삶에서 고립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인간은 늘 미생물적 맥락에 놓여 있다”고도 말한다.

미생물학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가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 연구비가 쏟아져 들어온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과학의 맨 앞줄에 버티고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비드 렐먼(미국 스탠퍼드대학 약대), 롭 나이트(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가 마이크로바이옴의 선구자다.

숙주 내 미생물이 하는 일은 그들이 없는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거꾸로 알 수 있다. 예컨대 멸균된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무균 생쥐를 보자. 이들은 수명이 짧고, 성장이 느리고, 소화관과 면역계가 비정상적으로 발육한다. 스트레스와 감염에 취약하다. 미생물을 투입하면 멸균 생쥐의 소화관이 정상적으로 발달한다.

미생물은 숙주인 일부 동물의 몸을 빚어낸다고,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동물학자 마거릿 맥폴-응아이는 말한다. 그는 하와이산 짧은꼬리오징어의 몸 발달을 유도하는 발광세균 비브리오 피셰리(V. fisheri)를 연구한다. 오징어 밑면에는 두 개의 방이 있고, 그 속에는 발광세균인 V. 피셰리가 가득하다. 발광세균이 있어 오징어는 밤에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맥폴-응아이는 V. 피셰리 유전자에 형광 단백질을 붙여 그들이 오징어의 발광기관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오징어와 세균의 동반자 관계를 지켜봤다. V. 피셰리 다섯 마리 이상이 오징어를 건드리면 오징어의 많은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어떤 유전자는 항균 물질을 생산해 V. 피셰리가 아닌 다른 미생물을 죽이고, 다른 유전자는 더 많은 V. 피셰리를 유인하는 물질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다른 미생물 수가 많았으나, 이 유전자가 만든 화학물질로 인해 V. 피셰리가 우세해졌다. 오징어 표면이 바뀌고 V. 피셰리 무리가 내부로 진입한다. 긴 통로를 따라 행진하다가 마침내 막다른 곳에 도착한다. 오징어의 막힌 틈 공간 내부의 기둥 모양 세포들이 크고 조밀해져 이곳에 도착한 미생물들을 꼭 껴안는다. 세균이 모두 입주하면 뒷문이 닫힌다. 진입로와 통로가 좁아질 때 오징어 표면을 덮고 있던 섬모도 없어진다. 이렇게 오징어의 발광기관이 완성된다. 하와이산 짧은꼬리오징어의 발광기관에 들어갈 수 있는 세균은 오직 V. 피셰리뿐이다. 이 과정이 없으면 오징어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성숙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짧은꼬리오징어는 미생물이 동물의 몸을 빚어내는 생생한 예다.

똥개는 똥을 먹는다. 사람은 그런 똥개의 행위를 싫어하고, 다른 사람의 똥을 끔찍이도 더럽게 생각한다. 이 책을 보니, 개가 똥을 먹는 이유가 있다. 다른 개체로부터 미생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미생물이 들어 있는 요구르트를 마시듯 개는 다른 개의 똥에 들어 있는 장내 미생물을 섭취한다. 서양 의료계에서는 똥요법도 나왔다.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FMT)’이다. C. 디피실리 때문에 설사가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FMT는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미생물 세계에는 따로 정해진 악당도 영웅도 없다. 숙주인 동물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미생물은 동맹에서 적으로 돌변한다. <내 안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의 저자는 말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반자 관계는 거의 다 이런 식이다. 부정행위가 늘 도마에 오르며, 지평선 너머에는 배신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자연은 미묘하다.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준석 | 주간조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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