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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까치 새끼가 떨어졌다. 마침 그 자리가 지하로 진입하는 건물 주차장 입구여서 자칫하다가는 그 어린 것이 자동차 바퀴에 깔려 빈대떡이 될 지경이었다. 나는 둥지를 올려다보았다. 까치 둥지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간판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거참, 어쩌자고 저기에다 둥지를 틀었단 말인가. 떨어진 새끼를 발견한 어미 까치가 비명을 지르듯 짖어대고 있었다. 갑자기 난리가 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어린 까치 위로 모두 두 마리의 까치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둥지 쪽에서 짖어대고, 또 한 마리는 새끼 근처의 가로수에 내려앉아 날카로운 부리를 쩍 벌리고 짖어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새끼 까치 곁을 지나갔다. 커피집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급하게 그쪽으로 뛰어갔다. 아직 날지 못해 빽빽대기만 하는 녀석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데, 날카로운 발톱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다. 관자놀이에 바람이 일 정도로 급하게 하강한 녀석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획 소름이 돋았다. 새끼는 종종걸음으로 내 손길을 피한다.

"이런, 야 이 녀석아, 너 구해주려는 거야."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 서넛이 멈추어 서서 새끼 까치를 보고는 "저를 어째" 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나는 새끼 까치를 구하려고 다시 한 번 시도하려 했으나, 가로수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로 하강하려는 어미의 사나운 기세에 눌려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까치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있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나의 측은지심과는 아랑곳없이 또 두 마리가 한꺼번에 하강하면서 공격해와 결국 그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내 눈이라도 쪼아댈 기세였다. 겁이 나서 물러나자 두 마리의 까치가 번갈아가면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비명을 질렀다. 참 별일이 다 있다 싶었다.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의 소설 ‘새’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첫 문장이 아주 인상적인 탁월한 소설이다.

 

까치

 

"12월 3일, 하룻밤 만에 바람이 바뀌더니 겨울이 되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기분 좋은 가을 날씨였다. 황금빛과 붉은빛을 띤 나뭇잎이 나무에 매달려 있고 산울타리는 여전히 푸르고 쟁기가 지나간 흙은 무척이나 기름졌다." 특히 첫 문장은 노트에 따로 적어놓을 정도로 좋아한다. 서스펜스 넘치는 소설을 끌고 나가는 힘찬 기운이 넘친다. ‘하룻밤 만에’ 겨울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해변 마을에 새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모든 상황이 돌변한다. 정말 기가 막힌 단순한 문장이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그러하지만 새들을 통해, 그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비상과 하강을 통해 인간이 처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즉 공포와 서스펜스가 우리 일상의 벽장에 숨어 있고, 순식간의 상황이 바뀌면서 고통과 죽음이 남 일이 아님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그날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다가 새의 공격을 받고 간담이 서늘해진 나는 그녀의 대단한 단편소설 몇 편을 읽고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날 적마다 간혹 까치의 공격에 대해 생각한다. 아주 연약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존재가 갑자기 무서운 존재로 둔갑하는 것은 새뿐만이 아니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은 새들의 공격과도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 건드리면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무서운 공격을 하는 사람들. 우리는 새가 아니기에 대화를 할 수가 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처럼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새들의 공격으로 폐허가 돼가는 소설 속의 작은 마을처럼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를 방관할 수는 없다.

 

· 원재훈 (시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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