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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체중조절스위치 '흡연'이 망쳐놓는다

"사탕 대신 담배를." 1930년대 이후 한동안 미국에서는 담배가 체중 감량을 위한 기호품으로 널리 선전되곤 했다. 당분 섭취가 많으면 살이 찔 확률이 높아지는 건 불문가지다. 반대로 흡연은 체중 증가를 줄여주는 손쉬운 선택으로 당시 인식됐다.

서구에서는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와 맞먹을 정도로 흔하다. 학자들은 여성들의 흡연을 부추긴 요인 가운데 하나로 담배의 체중 감량 효과를 꼽는다. 실제로 몇몇 조사에 따르면 엇비슷한 키, 유사한 생활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할 때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5kg가량 몸무게가 덜 나간다.


체중 조절 흡연이 망친다

▶흡연에 반응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아 체중 감소 혹은 증가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담배를 끊으면 체중이 불어난다'는 속설은 과학적으로도 정설에 가깝다.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니코틴의 효과를 감안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흡연자의 금연이 몸무게를 늘리는 요인이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속속 나오는 연구들은 대다수 흡연자가 알고 있는 이런 상식을 정면으로 배신한다. 다시 말해 흡연이 체중 증가를 억제하기도 하지만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스위스 로잔대학 팀의 연구 결과 하루 두세 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지만, 하루에 담배를 한 갑 정도 피우는 이른바 헤비 스모커들은 오히려 비흡연자보다 몸무게가 더 나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가 대체로 시골 사람들보다 비만인 것은 오염된 공기도 한몫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또한 공해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과 비슷한 정도의 오염된 공기로 생쥐를 키워본 결과,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생쥐의 몸무게가 현저히 많이 나간다는 실험 결과를 2월 중순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미세 입자와 같은 오염물질이 체중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체중 조절에 미치는 흡연 효과가 이처럼 상반되게 나타나는 건 니코틴과 담배 연기 속의 미세 입자들이 미묘하게 인체 내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흡연에 반응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만 해도 최소 10여 가지에 이르고, 이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까닭에 체중 감소 혹은 증가라는 전적으로 상반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흡연자는 보통 비흡연자보다 체중이 덜 나가지만 내장 비만은 더 심하다. 흡연자가 비교적 말랐어도 이른바 '똥배'가 더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다. 내장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불러오는 주범이기도 하다.

흡연과 체중의 관계를 구명하려 시도된 지금까지의 수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흡연은 한마디로 미묘하게 작동하는 인체의 '체중 조절 스위치'를 대책 없이 건드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흡연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또 간다면 얼마만큼 가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차량의 운전대를 마구 꺾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담배를 피우면 인체 대사는 10% 정도 활발해진다. 똑같이 먹어도 에너지를 그만큼 많이 소모하니 체중이 잘 늘지 않는다. 또 니코틴은 일정 부분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담배 연기는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하고, 인체에 만성 염증 상태를 불러와 비만을 유도하는 악영향도 있다. 흡연이 초래하는 이렇듯 미묘한 반응을 고려한다면 결론은 하나다. 체중 조절 스위치에 손을 대지 않는 것, 즉 처음부터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게 최선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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