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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보석, 욕망이 만든 뜻밖의 세계사

빛나고, 영원하며, 드문, 그래서 값진 것. 바로 보석이다. 이 때문에 ‘보석 같은 말씀’이며 ‘보석 같은 인재’ 등 귀하고 뛰어난 것을 상징하는 데 ‘보석’이 등장하곤 한다.

책은 그 보석에 관한 이야기와 보석이 빚어낸 여덟 가지 세계사 이야기다. 정확히는 다이아몬드, 진주, 에메랄드 같은 보석과 특이하게도 시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은이는 고대사와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보석 디자이너. 그가 파리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반지를 낀 여성 옆에 앉게 된 것을 계기로 밤새 보석에 관한 수다를 떨었는데, 이를 들은 그 여성의 남편-마침 출판중개인이었다-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되었단다. 그러니 책의 전문성이나 흥미진진함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결혼을 앞둔 거의 모든 여성이 꿈꾸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에 관한 진실은 허망하다. 우리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결혼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서양 전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서양에서도 기껏해야 80년 정도로 전자레인지의 역사만큼이나 짧단다.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필수 혼수품’이 된 것은 다이아몬드의 전 세계 독점 공급권을 갖다시피 한 드비어스사의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보석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드비어스사는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적은 미국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냈다.

광고대행사 N. W. 에이어를 동원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막시밀리안 대공이 18세 때 부르고뉴의 마리에게 청혼하면서 선물했다는 ‘세계 최초의 다이아몬드 약혼반지’ 신화도 만들었다. 영화배우들에게 반지를 선물하고, 이를 끼고 대중매체에 등장하면 돈을 주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간접광고(PPL)였다. 이렇게 해서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는 사랑의 영원함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자리 잡았다. 1947년 드비어스사의 광고문구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처럼.

양식진주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1858년 일본의 가난한 어촌의 우동집 장남으로 태어난 미키모토 고키치는 ‘아마’라고 불리는 일본 해녀들이 채취한 진주가 값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진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메이지유신의 변혁에 힘입어 과학자와 사업가로 기반을 닦은 미키모토는 결국 1896년 최초의 양식진주 다섯 알을 얻고 특허를 냈다. 이어 1920년대에는 수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식진주의 대량생산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사무라이 집안 출신의 아내 우메의 기여라든지, 1927년 미키모토를 만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내 실험실에서 만들지 못하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다이아몬드와 진주입니다”라고 감탄한 일화 등 숨은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얻은 첫 공산품이란 의미에서 진주 양식이 20세기 생명공학의 시발탄이란 시각도 새롭다.

지은이에 따르면 세계사는 욕망의 역사이며, 에스파냐 왕조의 흥망성쇠, 대영제국의 출범, 프랑스 대혁명, 소련의 성립, 일본 근대화의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의 중심에 보석이 있다. 한데 그토록 보석의 위력을 높이 평가한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진짜 보석은 땅속이나 실험실이 아닌 인간의 마음속에서 태어난다… 보석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보석은 물건일 뿐이다… 보석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우리의 욕망을 반사해 다시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다”라고.

책을 읽는다고 다이아몬드가 흑연과 같은 탄소덩어리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보석을 보는 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보석 천개의 유혹

보석 천 개의 유혹
에이자 레이든 지음│이가영 옮김│다른│456쪽│2만 원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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