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모두 1학년이었다. 그럴 수밖에.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니까. 그런데 그 시절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설?는지 아니면 두려웠는지, 교실 분위기랑 친구들은 어땠는지. 1학년 교실은 장작불에 얹어놓은 팥죽단지 같단다.
다 끓고 나면 달콤하고 영양도 넘치지만 그러기까지 뽀글거리며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거품이 뿜어나는 그 팥죽단지 말이다. 충분히 상상이 가고 납득도 되는 비유다.
이건 이 책의 지은이가 하는 말이다. 그는 25년차 초등학교 교사다. 당연히 1학년도 맡았다. 그러니 그가 전하는 1학년 교실 풍경은, 그리고 병아리 같은 초등생들의 '사생활'은 생생하다. 따뜻한가 하면 콧등이 시큰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가 넘친다.
받아쓰기 때 장난삼아 "선생님 바보"라고 불러주자 차마 선생님을 바보라 쓰기 어려웠던 아이가 '바보'라 썼다가 결국 슥슥 지우고 마는 이야기는 따뜻하다. 도시로 돈 벌러 가 가끔 찾아오는 엄마를 둔 아이가 친구와 다투다 "우리 엄마 오면 너 다 일러줄 거야"라고 큰소리치는 이야기는 뭉클하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파리지옥에 잡아먹히는 파리를 보다가 벌어지는 말다툼엔 웃음이 나온다.
한 아이가 "헐, 파리 디져따"고 하자 "선생님, 쟤 나쁜 말 써요", "우리 할머니도 디져따라고 잘 그러는데", "니네 할머니가 잘 몰르구 그러는 거야. 돌아가셨다구 해야지", "야, 무슨 파리가 할아버지냐? 돌아가셨다 그러게. 죽었다면 몰라두!"
책은 삼삼한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미덕만 있는 게 아니다. 금쪽같은 '왕자', '공주'를 낯선 광장에 보내고 이래저래 마음 졸이는 부모들에게는 훌륭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치유 능력', '선행학습의 문제', '그림일기를 대하는 어른의 자세' 등 부모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황금률'이 가득해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빛나는 대목은 '교육 철학'이다. 지은이가 그런다. 1학년 학부모들에게 자기 아이한테 바라는 걸 써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이라 한단다. 그런데 부모들이 생각하는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이란 공부를 잘하는 것인 듯하다고 꼬집는다.
또한 입학 전 이미 한글을 떼고, 심지어 영어나 한자까지 읽고 쓴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부모가 자기 아이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다면서 이런 뛰어난 성취는 아이의 학습 능력과 관련 있다기보다는 부모의 교육열이 빚은 결과이기 쉽다고 지적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일찍 시작한 아이가 아니라 공부하기에 알맞은 성격의 아이라며 이를 위한 '처방'을 일러준다. 한데 이것들이 뜻밖일 정도로 간단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뭘 했는지 물어봐주세요. 따지듯 물으시면 아이는 검사받는다고 느껴 주눅 들 수 있으니 그냥 궁금한 척 물어보세요.", "아이가 수업 내용과 관계없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면 그 아이는 지금 학교 공부에 관심이 적다고 할 수 있으니 아이의 집중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요.", "아이가 친구들을 지나치게 헐뜯거나 친구를 경쟁자로 인식한다면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경쟁에 신경 쓰느라 학습에 덜 집중하게 됩니다."
이처럼 '바람직한' 자녀 교육을 위한 팁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녹아 있으니 이 책은 '국민 필독서'라 해도 무방하겠다. 우리 거의 모두가 1학년의 학부모였거나, 학부모이거나, 학부모가 될 테니 말이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송주현 지음 | 낮은산 | 352쪽 | 1만6000원
글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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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