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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책꽂이] 2000년 전 봉인된 '성물의 비밀'이 드러나다

최근 며칠 동안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겨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올겨울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상학자들은 1890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26년 만에 가장 포근한 겨울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부쩍 줄어든다. 이럴 때가 판타지 스릴러 소설을 꺼내 상상 여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시기다.


13개의성물

▶13개의 성물 / 마이클 스콧·콜레트 프리드먼 지음 | 권일영 옮김
블루엘리펀트 | 504쪽 | 1만5000원


소설은 런던에 사는 70대 노인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일요일 밤 11시 반의 런던 거리는 흥청거리며 술을 마시는 이들로 가득했다. 뮤지컬 '올리버'에 단역으로 출연하다 다음 공연부터 주연급 배역을 맡게 된 비올라는 집 앞 계단을 막 오르려는 순간, 클레이 부인이 사는 1C호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듣는다.

평소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려고 맡아두었던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침실에서 비어트리스 클레이가 끔찍한 상처를 입은 채 고통으로 꺽꺽거리며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어두운 창밖으로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보라, 돌로러스 블로의 창을." 희미한 불빛 사이로 키 큰 근육질의 남자가 끔찍한 무기를 들고 '1812년 서곡'을 지휘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곡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때 그의 어깨가 꿈틀하고 회전하면서 어두운 빛이 비올라를 향해 휙 날아들었다. "찔렸다. 맙소사. 찔렸다." 그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숨진 비어트리스 클레이는 다섯 번째 희생자였다. 네 번째 희생은 두 달 전 발생했다. 런던의 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도대체 누가, 왜 노인들을 이처럼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살해한 것일까.

이야기는 70년 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열세 명의 아이가 웨일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의 임시 숙소에 묵는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아이들을 찾아왔다. 노인은 아주 재미있고 놀라운 마법과 민속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인은 아이들이 특별한 존재이며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절대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암시를 주었다.

열세 명 중 한 명이던 주디스는 매년 10월 31일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 즉 핼러윈데이가 돌아올 때마다 그 노인을 떠올렸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주디스는 그동안 옷장에 보관해온, 종이에 싼 꾸러미를 꺼내 침대로 가져왔다.

신문지에 싸인 붉게 녹슨 쇳덩이는 어떤 칼의 자루와 칼날 일부였다. 미리와 토미, 조지, 니나 등이 열세 개의 고대 성물 가운데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70년 전 아이들에게 따로따로 전한 노인의 마지막 말은 분명히 경고였다.

"절대로 성물을 한데 모으지 마라."

오랜 세월 성물을 지켜온 수호자들이 하나둘씩 잔인하게 살해되는 가운데 그들의 피로 물든 성물은 정체를 숨긴 누군가의 손으로 넘어간다. 성물 수호자 가운데 한 명인 주디스는 길에서 우연히 자기를 구해준 세라 밀러라는 젊은 여성에게 13개의 성물 중 하나인 부러진 검을 주며 그것을 조카 오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숨을 거둔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세라는 오언과 함께 남아 있는 성물 수호자들을 찾아 나선다. 드디어 2000년 전 한 소년에 의해 봉인된 무시무시한 비밀의 정체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소설 페이지가 넘어가는 만큼 겨울도 깊어간다.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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