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 책, 시험 점수 팍팍 올려준다는, 그래서 명문대나 특목고 들어가는 고득점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책 제목에 홀려 집어 든 이는 분명히 실망할 터다.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있는 세인트존스대학의 교과과정 또는 강의법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버드나 예일 같은 미국의 유명한 아이비리그도 아닌 이 대학을 특별히 한 권의 책으로 다룰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별난 강의법, 아니 정확히는 학생들을 공부하게끔 만드는 방법 덕분이다.
이 대학은 우선 커리큘럼이 특별하다. 교수가 없고 강의가 없으며, 당연히 시험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읽는 것이 핵심 커리큘럼이다. 이러니 전공 구분이 있을 리 없다. 인기 많은 강좌를 신청하기 위해 학생들이 PC방에서 키보드를 누가 빨리 치느냐를 겨루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 대신 학교에서 짜놓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거 고등학교 때 풍경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이 학교 강좌는 미국에서도 화제란다. 인문학은 물론이고 수학, 과학, 음악까지 고전으로 배운다니 그럴 수밖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교수 대신 튜터(Tutor)가 있다. 무슨 차이일까. 교수는 강의를 하지만 튜터는 학생과 함께 공부한다. 학생들이 정해진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는 것을 주재할 따름이다.
그러니 세인트존스대학의 수업은 수업(授業)이 아니라 수업(修業)이다. 지식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지식을 익히고 닦는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는 학생들 본인의 힘으로 이뤄진다. 즉 세인트존스대학에서의 공부는 스스로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부다.
그 읽는 책들이 고전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까지, 세인트존스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보통사람은 이름이나 들었을까 평생 들춰보지 않을 책들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
"고전에 대한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웬만큼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읽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고전을 '생각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관 덕에 초등학생 때, 그리고 중학생 때 각각 일 년씩 휴학하고 가족과 세계 여행을 다녔다는 지은이가 이 대학에서 좌충우돌 끝에 얻은 결론이다.
그 유별난 지은이가 책의 말미에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것'을 정리해놓았는데 눈길을 끈다. 그리고 4년 동안 온갖 좌절을 겪고도 특출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내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서 배움이 시작되었다"는 특별한 경험을 전한다.
'사람은 왜 하늘을 날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날 수 있는 능력을 찾으려 했다면 지금도 비행기는 없었을 테지만, 인간이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럼 어떻게 해야 날 수 있을까'를 연구한 끝에 비행기를 만들어 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게 해 능력만큼 지혜를 얻도록 하는 세인트존스의 공부법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을 키워준다. 그러니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추천사에서 "세인트존스 학생들은 인생에서 부닥칠 다양한 문을 열어갈 자신만의 마스터키를 깎고 있다"고 한 것은 적절하다.
책은 본문만으로도 대학이나 교육정책 담당자,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지는데 부록에 실린 세인트존스대학의 필독 고전 목록과 입학 준비, 유학비용은 꽤 알찬 덤이다.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조한별 지음 | 바다출판사 | 296쪽 | 1만5000원
글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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