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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동물들의 처녀생식, 代를 잇는 최후의 방법

“아버님이 지난해 여러 마리 잡아 없앴다고 했는데….”

두어 해 전 시골 생활을 시작한 주부 최모 씨는 징그러운 뱀이 계속 집 주변에 출몰하는 바람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어린 뱀들이 나타나는 걸 보면 최소한 큰 놈 암수 한 마리씩은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는 남편과 뱀의 증식을 막을 만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뱀은 생존력이나 증식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한 예로 환경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 씨 집 근처처럼 꾸준한 포획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출몰한다면 뱀이 비상수단을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처녀생식’이다. 처녀생식을 할 경우 수컷 없이 암컷 한 마리만 살아남아 있어도 자손을 이어갈 수 있다.

상당수 곤충은 말할 것도 없고 뱀이나 도마뱀, 일부 상어와 갑각류는 암컷 혼자서 정자 없이, 즉 짝짓기를 하지 않고 새끼를 낳을 수 있다. 학자들은 왜 일부 생명체가 암수 교접이라는 수단 외에 추가적으로 암컷만의 생식방법을 갖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절멸 위기에 처하기 쉽거나 고립된 환경에 놓이기 쉬운 동물들은 자손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처녀생식이라는 방식을 진화상에서 얻은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동물들의 처녀생식

▶ 뱀이나 도마뱀, 상당수 곤충, 일부 상어와 갑각류는 절멸 위기에 처하기 쉽거나 고립된 환경에 놓이기 쉬워 처녀생식이라는 방식을 진화상에서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암수의 교합 없이 처녀생식만으로 번식한다면 유전자 풀(Pool)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전자 풀이 줄어들면 다양성이 그만큼 떨어지게 되고 해당 생명체는 장기적으로 생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처녀생식을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생명체가 비상 상황에서만 처녀생식을 할 뿐, 보통은 암수 짝짓기를 선호한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처녀생식을 하는 예는 보고된 바 없다. 물론 최근 유전공학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이른바 ‘클론’ 세포를 이용해 양이나 소 등을 인공적으로 복제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처녀생식과는 사뭇 다르다. 단적인 차이로 인공적인 복제는 체세포를 공여한 생명체와 거의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명체를 탄생시키지만, 처녀생식을 할 경우 ‘엄마’와는 유전적으로 크게 다른 생명체가 태어난다.

사람의 경우 남성을 클론 방식으로 인공 복제한다면 남성이, 여성의 체세포로 클론 복제한다면 여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반면 자연적으로 처녀생식을 하는 생명체가 낳는 새끼의 성별은 인위적인 클론 복제와는 전혀 딴판이다.

단적인 예로, 인도네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왕도마뱀은 잦은 처녀생식으로 학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 동물인데, 처녀생식 방식으로 새끼를 낳으면 무조건 수컷만 태어난다. 왕도마뱀은 수컷과 짝짓기를 할 수 없는 위기에 이런 식의 처녀생식으로 수컷을 낳은 뒤 이들과 다시 짝짓기를 함으로써 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은 처녀생식의 사례도 없을 뿐 아니라, 처녀생식을 한다 해도 사람의 예처럼 여성(암컷)이 여성만 낳는 식이어서 만일에라도 있을 수 있는 자손의 절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처녀생식이 일부 생명체에 의해서만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건 ‘조물주의 뜻’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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