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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농촌서 온전한 삶, +α가 필요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

퇴직을 앞둔 도시 직장인들이 자조적으로, 아니면 최후 보루란 염원을 담아 던지던 말이다. 여기서 '농사나'에 시비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농사가 얼마나 힘든데 나이 들어서…." 호미 한번 안 잡아본 이들이 괜스레, 혹은 낭만에 겨워 농사 운운한다는 비판이 담겨 있었다. 한때 전원주택 붐이 일었고, 귀농·귀촌에 관한 정보가 여기저기 흘러다녔다. 농촌 생활이 삶의 한 방식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셈이었다.

이 책 역시 시대 흐름을 잇고 있다. 통신판매회사에서 월급쟁이를 하다가 서른넷에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이 먹을 농작물을 자급하고 있는 지은이가 썼는데 여느 귀농 가이드 책과는 아주 다르다. 농사법을 귀띔하는 실용서도, 농촌 생활의 낭만이나 고충을 담은 에세이도 아니다. '순종자연 실천천직(順從自然 實踐天職)', 그러니까 '자연과 가까이 살며 타고난 재주를 사유화하기보다 세상과 나누고 실천하자'는 삶의 철학을 담은 일종의 '전도서'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반농반X'의 X는 TV에서 흔히 쓰이는 비속어 감춤용이 아니라 뭐든지 넣을 수 있는 마법의 변수다.

"(농사) 규모가 식량을 자급할 정도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영리를 고려한 규모라면 상당히 무리가 따를 것이다… (농촌에 산다 해도) 전업농부가 될 필요는 없다. 하루 여덟 시간 일한다면 그 절반은 자신의 먹을 것을 합리적 방법으로 재배하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뭔가 수입이 되는 일에 할애하면 된다."

지은이의 주장이다. 그리고 지은이는 그 X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넣으란다. 예를 들면 번역, 그림 등 창작, 봉사활동 등 자신의 특성과 장기를 살려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게 가능할까 하고 의아해하는 이들을 위해선지 영화 자막 번역가, 화가, 민박집 주인, 건강한 밥상 요리교실 강사, 간병인 등 실제 '반농반X'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이게 제법 힘이 된다.

이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뺄셈의 생활' 철학. "20세기는 '만들기', '늘리기'를 통한 덧셈의 시대였고, 그로 말미암아 군살이 붙은 사회와 개인들이 다양한 사회병리 현상을 일으켰다. 이제는 그 군살을 빼서… '규모의 이익'에서 '작은 것의 이점'으로 가치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지은이는 공허한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란다나 텃밭에 자신이 먹을 것을 조금씩 재배하면서,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살펴보며 천천히 'X'를 찾아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먹고산다'는 건 원래 말 그대로 자신과 가족의 심신을 적절한 음식으로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어차피 돈을 먹고 살 것도 아니니 하루의 절반으로 '먹고사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좀 더 자유롭게 써도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누구나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 하지만 첫 책이 나온 지 10년이 흐르면서 각국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으니 한 번쯤 귀 기울여볼 만한 책이란 사실은 틀림없다.


반농반X의 삶

반농반X의 삶

시오미 나오키 지음 | 노경아 옮김 | 더숲 | 254쪽 | 1만4000원


·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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