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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달콤 쌉쌀’ 얼마든 존재

가을에 한방 보약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약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쓴맛’을 연상한다. 그러나 한방 보약을 처방받아본 사람이라면 쓴맛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예컨대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듯, 한약에 흔히 들어가는 감초의 맛은 어딘가 달면서도 한편으로 어딘가 쓰다고 할 수 있다.

한약 외에 음식도 그렇고, 과일도 차분하게 음미해보면 달착지근한 가운데 살짝 쓴 기운이 느껴지는 경우가 꽤 있다. 한 예로 몸에 좋다는 홍삼 농축액 같은 걸 먹어보면, 쓰지만 뒷맛에 은근히 단 기운 같은 게 감도는 걸 알 수 있다. 실생활에서도 이런 예가 존재하기 때문인지 우리 말 표현 가운데도 ‘달콤 쌉쌀하다’는 표현이 있고, 영어로도 똑같은 의미의 ‘Bittersweet’이라는 단어가 있다.

단맛과 쓴맛은 통념상 정반대로 통한다. 아울러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쓴 것이 다해야 단 것이 온다’는 사자성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혀로 느끼는 진짜 맛을 떠나 상징적으로도 단맛과 쓴맛은 서로 대립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니 단맛과 쓴맛이 혼재하거나 버무려진 음식, 혹은 두 가지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 자체가 일종의 어색함, 묘함일 수도 있다.

 

사탕먹기

▶혀에서 단맛과 쓴맛의 감지 근원은 동일하다. 그러니 ‘달콤 쌉쌀하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인 셈이다. ⓒshutterstock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단맛과 쓴맛은 놀랍게도 한 뿌리를 공유한다. 다름 아닌 맛을 느끼는 경로에서 두 맛은 가히 쌍둥이급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람이 혀를 통해 감지하는 맛은 다섯 가지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등이 그것이다. 맛은 혓바닥에 돋은 ‘미뢰’라고 하는 우둘투둘한 부위를 통해 느끼는데, 구체적으로는 미뢰에 붙어 있는 수용체가 그 맛을 감지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용체는 크게 네 종류다. 편의상 타입1, 타입2, 타입3, 타입4 등으로 나눠 부르는데 이들은 각각 담당하는 맛이 다르다. 예를 들면 가장 널리 분포한 타입1은 짠맛을 감지한다. 우리 혀가 아주 소량의 소금과 접해도 짠맛을 쉬 감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입3은 신맛을 전문적으로 감지하며, 타입4는 아직 그 정체가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학자들에 의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은 종류의 맛을 느끼는 건 바로 타입2다.

단맛, 쓴맛과 함께 감칠맛까지 세 가지의 맛이 이른바 타입2 수용체에 의해 감지된다. 단맛과 쓴맛의 감지 근원이 동일한 것이다. 수용체에 감지된 맛은 두뇌로 전해져 비로소 우리는 어떤 맛인지를 파악하게 되는데, 단맛과 쓴맛의 신호 전달 경로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은 쓴맛과 단맛을 인간이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달콤 쌉쌀하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인 셈이다.

달콤 쌉쌀하다는 말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되거나 복잡한 상황 혹은 심리를 묘사할 때도 흔히 쓰인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의 심사 같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가수 아델의 노래 ‘Someone Like You’의 가사 가운데 ‘이게 얼마나 달콤 쌉쌀한 느낌인지 누가 알겠느냐(Who would have known how bittersweet this would taste?)’라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다. 사람 감성에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우스울 수 있지만, 단맛과 쓴맛의 원리로만 본다면 달콤 쌉쌀한 마음도 꼭 모순이라기보다는 얼마든지 실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심정인 것이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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