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책 제목이 제법 거창하지만 속담사전이다. 한데 단순한 속담 모음이 아니다. 현대판 속담을 곁들이고 풀이를 더해 읽는 맛이 있다. 필요할 때나 뒤적이는 사전을 넘어 읽을거리로 구실하도록 만든 노력이 돋보인다. 속담은 ‘MSG’다. 음식의 맛을 살리는 조미료처럼 말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데 속담만 한 게 없다.
일이나 대화를 하되 정작 관심은 다른 데 있어 건성건성 할 경우 흔히 "마음이 콩밭에 있다"고 한다. 이게 원래는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속담인 줄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비둘기’가빠졌으니 이런 표현을 쓰면서도 ‘웬 콩밭?’ 했던 것이 이제야 풀린 셈이다.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칠판, 천장이 당구대로 보인다"라는 현대판 속담을 곁들인다. 처음 당구에 맛을 들이면 칠판이며 천장이 온통 당구대로보이면서 하얗고 빨간 공이 이리저리 오가는 광경만 떠오른단다. 마음이 콩밭이 아니라 당구대에 가 있으니 공부가 될 리 없고 잠이 올 리 없다. 비둘기 운운하는 속담의 현대판으로 제격이다.
속담은 ‘지혜’다. 식견이나 능력보다는 과시와 치장에 능한 사람을 두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한다. 책은 비슷한 뜻을 가진 허장성세(虛張聲勢), 자화자찬(自畵自讚)이란 한자성어와 함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반대 뜻을 가진 속담을 소개한다. 덧붙인 ‘현대판’ 중엔 "한 권만 읽은 놈이 제일 무섭다"가 눈길을 끈다. 처음 본 표현이긴 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정 주제에 관해 책 한 권 읽고 이를 맹신한다면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 같다. 토론을 하든, 아이디어를 내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 꼭 있다. 여러 권읽은 사람은 요모조모 따져보느라 망설이는 것처럼 보인다.
속담은 ‘바늘’이다. 세태를 풍자하고 인심을 묘사하는 것이 날카롭기 짝이 없기도 하다. "못난 놈 잡아들이라면 없는 놈 잡아간다"라는 속담을 만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낯설다. 한데 이해가 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난하고 없이 살면 곧잘 천대와 멸시, 불이익을 받기 쉬웠던 모양이다. 당연히 오늘날에도 이를 꼬집는 표현이 없을 리 없다. 책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따라붙는다.
친절하고 재미난 이 속담사전을 엮은 이는 국문학 전공자다. "우리 속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무관심이 오해와 오용을 낳는 것이 안타까워" 만 9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풀이하고 고르고 다듬어낸 결실이 이 책이다. 지은이는 속담이 숱하게 쏟아지는 자기계발서와 처세서가 속담의 변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자신은 속담과 씨름하며 삶의 든든한 돛과 방향타를 얻었다고 털어놓는다.
"밀린 일이 산더미라 초조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눈은 아이구 하고 손은 이까짓 것 한다!’며 손부터 대보는" 자신이 스스로 대견하다면서.
사실 속담사전은 여럿 나왔다. 그중엔 상말이나 여성을 주제로 하는 등 특색 있는 속담집도 있다. 한데 "의자에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을 ‘궁둥이’, 궁둥이의 위쪽 살 많은 부분을 ‘엉덩이’라고 부르며 엉덩이에서 가장 뒤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꽁무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엉덩이와 궁둥이를 합쳐 ‘볼기’라고 부른다" 같은 설명이 붙은 속담집이 또 있을까. 제목을 속담사전 대신 ‘우리말 절대지식’이라 한 이유가 있다. 영양가 높고 맛난, 속담사전 그 이상이니 말이다.

우리말 절대지식
김승용 엮고 씀 | 동아시아 | 592쪽 | 2만5000원
글·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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