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여보, 우리 망울이는 어쩜 저렇게 잘 달릴까요? 덩치가 제 팔뚝보다도 작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마당을 가로지르다니 신기해요."
시골집에서 비글 계통의 개를 키우는 주부 최모 씨는 거의 매일 개의 뜀박질을 보면서도 그때마다 달리는 속도에 놀라곤 한다. 몸통의 앞뒤 길이가 30cm 안팎에 불과한 작은 개가 보폭이 훨씬 큰 자신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빨리 달리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한 것이다.
꼭 뜀박질 속도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동물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힘’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대여섯 살 어린이 몸무게가 될까 말까 한 염소가 뒷발 쪽에 힘을 모아 버티기 시작하면 성인이 억지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문자 그대로 ‘저돌적’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멧돼지가 직선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자아낼 만큼 폭발적이다. 단위 체중을 기준으로 할 때 동물들의 파워가 인간을 크게 능가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달리 말해, 인간과 엇비슷한 덩치의 동물과 사람이 힘으로 겨룬다면 사람이 밀리기 쉽다.
왜 동물은 인간에 비해 근력이 월등할까. 뒤집어 말해, 인간은 대다수 동물보다 왜 힘이 떨어지는 걸까. 단위 체중당 근력으로만 따지면 자연계에서 인간만큼 약골도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학자들의 연구 관찰에 따르면, 인간과 여러모로 유사한 침팬지의 경우 사람과 비슷한 체중일지라도 힘은 최소 두 배 정도 강하다. 우스갯소리로 역도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겨룬다면 가장 힘이 센 인간도 가장 힘이 약한 침팬지를 꺾기 어렵다.

▶인간이 동물 중 최악의 약골로 진화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섭취하 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뇌를 위해 쓰는 바람에 근력이 약화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shutterstock
인간이 동물 중 최악의 약골로 진화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유력한 몇몇 추정 혹은 이론은 제시된 바 있다. 이들 학설 가운데 인간 특유의 뇌 발달과 약화된 근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최근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의 최신 실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동물치고는 몸뚱이에 비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큰데, 섭취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뇌를 위해 쓰는 바람에 근력이 약화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동물의 경우 항상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즉 운동을 많이 하는 까닭에 근육이 발달한 것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이 인간보다 단위 체중당 힘이 훨씬 좋은 짧은꼬리원숭이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운동을 억제해도 원숭이의 근력은 별반 줄지 않았다. 즉 짧은꼬리원숭이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고 실내에서 2개월 동안 빈둥빈둥 놀게 한 뒤 근력 측정을 해보았는데, 근력 감소는 3%에 그쳤다는 것이다.
해부학적으로도 인간의 근육은 여타 동물 근육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단순하게 차이를 설명하자면, 인간의 근육은 매우 섬세하게 신경이 분포돼 통제되는 데 반해, 동물의 근육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신경이 여러 다발의 근육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잡아당기거나 끌어당기는 등의 동작을 할 때 한 개의 신경에 신호가 전달되면 동원되는, 즉 움직이는 근육의 수가 동물 쪽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그 대신 인간의 근육은 미세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바늘에 실을 꿴다든지 하는 정교한 동작에 유리하다. 그러고 보면 근력 약골은 뇌 발달에 주력하게 된 진화 경로를 걸어온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셈이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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