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디지털 시대에 부모들의 큰 고민을 덜어줄, 적어도 그 본질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책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때문에 자녀들과 씨름해보지 않은 부모가 얼마나 될까.
주로 게임 탓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인관계가 엉망이 돼 왕따가 된다든지 성마르고 쉽게 포기하는 등 성격 자체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환자가 뽑은 의사’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정신과 의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은이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전자스크린 자체가 아동 정신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TV,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킨들 등 전자책 단말기 같은 거의 모든 정보통신기기가 아동의 심리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끊기 위해선 디지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디지털기기 사용을 끊는 ‘4주 디지털 단식’ 처방으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지은이는 미국에서 아동 정신질환이 늘어난 것이 공교롭게도 어린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전자스크린을 더 일찍 접하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실과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이 뭔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독’ 수준이 아니라면, 교육용 게임이라면 괜찮다거나 단지 전자파 피해가 문제일 뿐이라며 미지근하게 대처한다. 지은이는 이게 모두 ‘잘못된 신화’라고 말한다. 게임은 그 자체로 두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전자책 단말기나 TV 같은 수동적 전자스크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 같은 ‘전자스크린 증후군(ESS)’의 주요 원인으로 ‘투쟁•도피 반응’을 꼽는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인류의 조상 때부터 우리에게 체화된 것으로, 낯선 대상을 만나면 위험성 유무를 즉각 판단하고 싸울지 피할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이것이 자동적으로 작동해 게임 상황에 따라 신경이 곤두서고, 신체가 반응해 결국에는 두뇌나 신체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1부에서 콘텐츠가 문제가 아니라 전자기기라는 도구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다음, 던클레이 박사는 2부에서 전자스크린 증후군을 치유하기 위한 ‘디지털 단식’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학교 숙제나 주어진 집안일을 마친 다음 전자스크린 이용을 허락하는 특별대우 수칙을 세우라고 권한다. 또 집에 들어올 때 문 앞에 ‘전자기기를 담을 바구니’를 두어 ‘전자스크린 해방구역’을 설정하거나 식사나 가족 나들이, 휴일 등 ‘전자스크린 없는 시간’을 정해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란다.
지은이의 주장은 학술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혁명의 선구자로 불리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자녀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와 컴퓨터를 못 쓰게 했다는 사실, 또 누리소통망(SNS)의 총아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딸에게 13세 이전에 페이스북 계정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던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쓸모 있는 책이다. 부모라면 앞부분의 ‘전자스크린 증후군 셀프 체크리스트’와 말미에 실린 ‘디지털 단식에 관해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만 보아도 얻는 것이 적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 단식
빅토리아 던클레이 지음 | 민국홍 옮김 | 토트 | 256쪽 | 1만3800원
글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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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