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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동률의 생각] '타이거 맘과 대디'는 잊어라

저녁식사 시간에 무장한 거구의 정복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들이닥쳤다. 대뜸 네 살 난 아들의 옷을 벗기더니 온몸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아이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다친 데가 없고 당신이 한국인 유학생이라 이번에는 주의만 주고 물러간다.

하지만 다음에 혹시라도 아이를 윽박지르면 아이는 별도의 보호시설에 수용되고 부모는 경찰에 즉각 연행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갔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시절 얘기다. 네 살배기 아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며 서너 번 윽박질렀다. 이를 본 누군가가 어디엔가 신고했고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Child Abuse) 혐의로 조사를 나왔다는 것은 한참 뒤 현지 동포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

"고향 생각 나느냐"는 질문에 "나지 않는다"고 우렁차게 대답하자 "거짓말하고 있네"라는 빈정거림과 함께 고참의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같은 질문에 "고향 생각이 난다"고 답하자 "안 나게 도와주겠다"는 말과 함께 발길질이 쏟아졌다. 20대 군대 시절 추석날 밤 얘기다. 고향 생각에 젖어 있는 이등병들을 불러놓고 주먹질을 해대는 전방의 풍경. 중년 세대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굳이 개인 경험을 꺼내는 것은 한국 사회가 가혹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아이들을 때때로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아이들의 속절없는 죽음이 그 예다. 군대에서는 극단적인 선임병 살해와 자살로 이어진다.

 

아동 청소년 대상 가혹행위

 

교육을 위해, 경기에 이기기 위해, 군대 생활관의 기강을 잡기 위해 등의 명목으로 가혹행위는 끊임없이 행해진다. 타인 학대는 이처럼 여기저기에 스파이처럼 숨어 있다. 여자와 명태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하고, 군대와 스포츠는 '빠따'를 쳐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이 여전히 들리는 사회다. 이 땅에서 적잖은 가혹행위가 실질적으로 횡행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학교에 가혹행위가 만연하자 연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대안으로 '사랑의 매'라고 하는 작대기를 학교에 공식 지급하는 황당한 정책까지 등장했다. 당시 일부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교권 침해, 여타 착실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교원단체가 극력 반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폭력은 심각하다.

특히 만연한 아동과 청소년 대상 가혹행위는 이제 한계에 왔다. 어릴 때부터 어떤 이유로든 맞고 자란 아이는 커서도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가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매도 맞아본 놈이 더 잘 때리고, 시집살이 해본 며느리가 더 혹독하게 시집살이 시킨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나마 학교는 공공의 영역이기에 죽음으로 이르는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폭력은 통제가 어렵다. 특히 "우리 아이를 (교육 등 선의의 목적으로)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왜 나서느냐"고 따질 경우 끼어들 마땅한 명분이 없다. 오로지 관계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된다. 예로 든 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황당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훈육을 위한 사소한 언어폭력도 폭력임에는 틀림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보고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가정폭력은 청소년 가출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노출은 결국 폭력의 사회화로 전이되면서 이른바 '폭력 대물림' 현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때리고 학대해서 얻는 성과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타이거 맘'과 '타이거 대디(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엄마, 아빠)'는 깨끗이 잊어라. 이들이 설치는 사회는 불안하고도 위험하다.


·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언론학·매체경영)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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