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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동률의 생각]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더 많아졌으면

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말 동네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하나 물고 오면 그리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아내는 질색하며 비만의 원인이라는 등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내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내가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일이다. 아내의 잔소리처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뚱뚱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듯 나도 뚱뚱한 편이다. 그러나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뚱뚱해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뚱뚱해졌는지는 분명치가 않다.

아이스크림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 유학이 계기가 됐다. 벤앤제리(Ben&Jerry's) 아이스크림 때문이다. 나는 벤앤제리 관련 수업을 듣고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벤앤제리는 친구 사이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생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가 1978년 5월 5일 달랑 1만2000달러로 버몬트주 벌링턴에 창업한 회사다.

매년 봄 지구의 날에 '공짜 아이스크림콘의 날'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미국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영국·네덜란드계 기업 유니레버의 자회사다.

벤앤제리는 기업의 사회 공헌이라는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들은 매년 회사 수익의 7.5%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연전에는 가축성장호르몬(rBGH)을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유전자조작(GM) 식품 반대에 나섰다.

최저시급은 연방정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다. 가장 많이 받는 임원과 가장 적게 받는 일반직원의 임금 차이가 5배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독특한 사규를 만들기도 했다. 천문학적 차이가 나는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때는 회사 차원에서 지지 선언을 하고 시위 참가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들의 활동은 진지하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 기업답게 늘 유머와 위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 공헌은 시장주의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다. 시장주의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시장주의와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로 비판한다. 사회문제에 신경 쓰는 것은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비용은 제품 가격에 전가되어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해당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결국 고용 창출에 실패하게 된다는 논리다. 나름 논리도 있고 설득력도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주창하고 밀턴 프리드먼 등이 강력 주장하는 견해다. 특히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두고 탈법이나 불법행위 등 위기 국면에 대비해 소비자들의 동정을 노리는 보험에 불과하다고 거세게 쏘아붙인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주의는 금도를 넘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국가가 과거처럼 시시콜콜 끼어들기가 힘들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에 기댄 재벌의 영향력은 가공할 위력으로 커졌다.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이 환영받는 사회는 위험하다. 실제로 재벌이라는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는 사회 통합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 공헌은 현재의 국면을 타개할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된다. 더 많은 기업이 그들이 속한 사회의 어두운 곳을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양극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가 더불어 함께 가는 사회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특히 재벌 기업은 그리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대, 수많은 국민들이 피땀을 흘리며 일한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벤앤제리를 좋아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선 수입·판매되지 않기에 실명을 밝혔다.


·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2016.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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