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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잠자는 자세에 담긴 비밀

김모 할아버지는 80대 초반이다. 그는 나이로는 증손자뻘인 네 살짜리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곤 한다. 40대 후반인 막내아들이 늦둥이를 보는 바람에 김 할아버지는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육아 도우미를 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는 나이 들어 어린 손자를 돌보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점들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김 할아버지가 손자를 관찰하면서 신기하게 느낀 건 손자의 잠자는 자세였다.

"언론 보도 같은 걸 보면, 어린아이는 엎드려 재우면 위험할 수 있다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손자 녀석이 천장을 보게 뉘어놓아도 어느새인가 엎드린 자세로 바꿔 잠을 자는 겁니다."

김할아버지는 그 자신이 평생 엎드려 잠을 자왔다. 그는 평소 피곤해도 천장을 보는 자세로 누우면 잠을 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니 천장을 보게 하고 뉘어도 금세 엎드리는 자세로 변하는 손자의 수면 자세가 남달라 보이는 것이다.

사실 김 할아버지네에서 엎드려 잠을 자는 사람은 그와 손자만이 아니다. 그의 아들까지, 그러니까 3대가 모두 엎드려 자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는 김 할아버지가 잠자는 자세를 ‘집안 내력’으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수면 자세가 생래적인 것일 개연성이 높다는 데 공감을 표한다. 김 할아버지네 3대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수면 자세를 바꾸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게 수면학자나 신경정신과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바른 수면 자세가 있을까?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천장 보는’ 자세가 ‘올바른’ 수면 자세인 것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면 자세에는 정답이 없다는 쪽으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 저마다의 수면 자세가 있고 자세마다 장단점이 있어 일률적으로 어느 자세가 좋고 어느 자세가 나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면자세

▶저마다의 수면 자세가 있고 자세마다 장단점이 있어 일률적으로 어느 자세가 좋고 어느 자세가 나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shutterstock

 

수면 자세에 ‘정석’은 없지만, 수면 자세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데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천장 보는 자세, 엎드린 자세, 모로 누운 자세,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 등이 그것이다. 이들 대표 수면 자세는 각각의 신체적, 물리적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예를 들면 성인을 기준으로 할 때, 엎드린 자세가 천장 보는 자세보다 입천장 등에 대한 압력이 적어 숨을 쉬는 데 좋다. 반면 엎드린 자세는 허리에 부담이 크고 목 뒤가 뻣뻣해지기 쉽다. 일부에서는 모로 누운 자세가 호흡이나 허리 등에 대한 부담이 중간쯤이어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저마다의 잠자는 자세가 성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예로 엎드려 자는 사람은 목표 지향적이고 완고한 성격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모로 누운 자세는 타협적인 사람들에서 흔히 발견된다고 한다. 또 천장을 보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고 비즈니스 기질이 농후하며, 태아처럼 이불이나 베개 등을 껴안고 웅크려 자는 사람들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잠자는 자세와 성격의 관계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성격이 타고나듯 수면 자세 또한 태생적일 확률이 커서 둘 사이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도 성급할 듯하다. 쥐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설령 수면에 빠져든다 하더라도, 잠자는 자세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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