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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지상강좌]"면접장, 본인 '장기자랑'시간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훈련되는 건 ‘실패를 통해 배우는 자세’입니다. 실패하고 배우고, 또다시 실패하고 배우는 걸 반복하는 거죠. 이런 시간이 여러분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9월 7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청년희망재단이 마련한 강의에 최현수 IBM Korea 인사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나를 찾는 취업, 인생을 디자인하는 취업’을 주제로 한 이날 강의에서 최현수 팀장은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이제 일상적인 말이 돼버렸어요. 하소연을 넘어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매스컴에서 이런 얘기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에요.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도 신문지상에는 ‘취업 대란’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죠. 다만 과거에 비해 현재의 취업 경쟁이 가혹할 만큼 치열해졌을 뿐입니다."

기업은 국내 채용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기업의 일자리에 비해 취업하려는 이가 넘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취업준비생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크다. 그런데 기업도 이들만큼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아는 취업준비생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유는 하나. 날이 갈수록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맞춤형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무려 신입사원 연봉의 2배입니다. 신입사원도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들이 이직하는 데 쓰는 평균비용이 일반 직원이 1년간 받는 급여(복리후생 비용 포함)에 달해요. 그럼에도 최근 신입사원 10명 중9명이 입사한 지 3년 내에 이직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은 최적의 인재를 적극 찾아야 하고, 취업준비생은 자신을 철저히 분석해 그에 맞는 일자리를 구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 내가 가야 할 곳부터 찾아야겠죠."

 

나를 찾으려면 목적지부터 설정하고 현재 위치 확인
A4 용지에 나를 적다 보면 자기소개서 작성 수월해져

인생의 목적지를 설정하라는 얘기로 운을 뗀 최 팀장은 "취업준비생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제대로 입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취업준비생이 목표로 삼는 대상(기업)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에게 어느 기업에 입사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보면 A기업, B기업, C기업 등 유수의 기업을 줄줄이 거론합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나 직군을 잘 알지 못해요. 모호하게 ‘A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A기업만 하더라도 관계사가 수십 개이고, B기업이 진출한 사업 분야는 제조부터 전자, 건설, 패션, 통신, 중공업까지 다양해요. 내가 어떤 비즈니스, 어느 직군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최현수 IBM Korea 인사팀장

▶최현수 IBM Korea 인사팀장은 9월 7일 청년희망재단이 주최한 멘토 특강에서 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들려줬다. ⓒ청년희망재단

 

인생의 항로에서 떠나야 할 목적지를 찾았다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이를 기업에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만 명의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공채를 진행한 최 팀장은 많은 이들이 뛰어넘지 못하는 게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동양 문화권에 속하다 보니 스스로를 자랑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면접장에서 자기소개는 일종의 ‘장기자랑’ 같은 거예요. 스스로를 홍보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봅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취업 준비를 했고, 젊음이 있다면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드러내세요."

그가 말하는 ‘나를 파악하는 법’이란 무엇일까.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에 나를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 걸까. 최 팀장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본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문구를 인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이미 누군가가 거론한 콘텐츠라면 다른 이들도 인용하고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취업은 나를 효과적으로 알려야 하는 일종의 ‘마케팅’인데, 다른 사람과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차별화를 갖기 위해서는 나만의 언어를 발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

"IBM Korea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서류심사에서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 면접을 위해 또다시 검토합니다. 면접관이 ‘자신이 좋아하는 5가지를 말해보라’고 물으면 수월하게 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파악해보세요. 그러면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야 한다는 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감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역량을 쌓아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최 팀장이 추천하는 방법은 A4 용지에 자신의 일대기를 쭉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으려면 자신의 역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나도 알지 못하는 내면을 살펴보라는 겁니다. 그래야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마인드맵(Mind Map : 모든 것을 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듯 사고하는 훈련법)이나 성격유형검사인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활용하는 것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취업은 자신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일을 하는 것
면접도 연습하다 보면 순발력·대범함 기를 수 있어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든다.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 팀장은 그런 것을 찾아 자기소개서에 강조하라고 말한다. 그 대신 적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은 최 팀장이 밝힌 일화.

"패션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응시한 지원자 중 한 명이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패션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던 거죠. 그럼에도 이 지원자는 패션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의 이름을 줄줄이 말할 정도로 업계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건물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만큼 포부도 컸어요. 본인이 패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취업은 자신이 선호하는 일을 하는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취업이 하나의 게임이라면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뭘까. 최 팀장은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꼽는다. 면접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지원자가 답변을 하다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질문을 잊어 횡설수설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연습이 필요하다. 면접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말하는 자세나,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을 기르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가능한 한 많은 면접을 봐야 하는 이유다.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자꾸 실패를 해야 문제를 발견하고, 고칠 수 있습니다. 사실 20년 넘게 축적된 자세나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

 

최현수 팀장이 강조하는 취업 조언

실패하고 배우는 걸 반복하라
그런 시간이 쌓이면 사람이 단단해진다.


모호하게 취업 목표를 정하지 마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와 직군을 철저히 분석하라.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야기에 연연하지 마라
결국 유사한 내용의 자기소개서만 쓰게 된다.


현재 나의 위치를 파악하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진정한 마니아가 돼라
좋아하는 일에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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