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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심리학자의 기발한 여행안내서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 온 세상을 다닐 필요는 없다."

독일 문호 괴테가 그랬다는데 언뜻 말이야 맞다. 하지만 어디 여행이 그런가. ‘하늘이 푸른 것’ 또는 ‘알기’ 위해서만 집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업무 때문에 등등 갖가지 이유로 우리는 가방을 싸들고 나선다. 그러고는 일상에서는 누리기 힘든 그무엇인가를 얻어서 돌아온다. 여행의 무용함을 설파한 듯한 괴테조차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여행문학의 명작을 남겼으니 여행의 가치 또는 재미는 말할 것이 없겠다.

그러니 여행을 소재로 한 책이 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텐데 이건 제목처럼 조금 색다른 여행책이다. 여행서 하면 맛집, 명소 등여행 정보를 다루거나 다채로운 감상 혹은 깨달음(?)을담은 에세이를 떠올릴 터다. 한데 심리학 박사이자 여행광인 지은이가 쓴 이 책은 여행서와심리학의 딱 중간에 있다.

스물아홉에 첫 해외여행을 떠나 지금까지 총1년 5개월, 12개국을 떠돌았다니 당연히 여행 중 에피소드와 ‘내게 맞는 숙소 구하기 요령’ 등 정보가 담기기는 했다. 그렇지만 책의 진가는 여행에 대한 심리학적 성찰에 있다. 이를테면 홀로 떠난 여행에서가장 피해야 할 곳이 해변인 이유라든가, 쓰지도 않을 기념품을 쇼핑하는 이유 등 무심코 지나쳤던 여행의 한 모퉁이를 짚어내는 대목을 읽다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과 만나는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가 왜라면과 김치를 싸갈까. 맵고 짠 아시아 음식을 두려워하는 서양 사람들은 소시지나 파스타를 싸들고 다니지 않는데. 지은이는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안 그러면 못 먹으니까’를 주요 이유로 든다.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는식품 특성 때문이란 뜻이다.

즉 라면은 휴대가 간편하고 김치는 발효식품이어서 쉬 상하지 않지만, 예컨대 소시지는 무겁고 빨리 상하기에 독일인이 아시아에 들고 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안 그러면 못먹으니까’는 희소성 탓이다. 유럽 음식은 국제화에 힘입어 세계 어디를 가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한국 음식은 상대적으로 맛보기 쉽지 않아 우리는 라면이며 김치를 싸들고 다닌다고 풀어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행한 부부에 빗대 동반자와행복한 여행을 하는 비결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고 갈등을 키우다가 돌연 "야, 여기부터는 따로따로 가자.

귀국 비행기가 언제 있는지는 알지?"라고 하는 ‘미루기형’, "3년 전 북경에서도 너 먹고 싶다는 오리 처먹느라고 마사지도 못받게 하고, 2년 전엔 내 발이 부르트도록 쇼핑이나 하고, 료칸 오고 싶대서 왔더니 뭐, 노천탕이 좁아? 장난하냐, 이 XX야!" 하고 쏟아 붓는 ‘막장형’, 싸움을 멈출 줄도 모르고 화해할 줄도 모르는 ‘노 브레이크형’, "내가 짠 계획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마"라는 ‘막무가내형’, 한 사람은 지배하고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꾹 참고 마는 ‘부글부글형’. 이 다섯 가지 타입이 나오는 ‘싸우지 않고 돌아올 심리학적 지혜’만 읽어도 책값은 충분히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을 곧잘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니 여행 자체를 돌아보는 이 책을 찬찬히 살피면 낯선 곳의 멋진 풍경 같은 삶의 지혜를 만날지 모른다.

 

여행의 심리학

여행의 심리학
김명철 지음 | 어크로스 | 288쪽 | 1만5000원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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