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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언어능력, 교육과 훈련으로 향상가능

아기들의 말 배우기는 엄마들에게 기쁨과 걱정을 동시에 안겨준다. 옹알이를 하다가 얼마쯤 지나 ‘엄마’라는 단어가 아기 입에서 나왔던 순간을 기억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은 건 그 기쁨과 놀라움의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아기의 말이 늦으면 부모들은 시름에 빠져들 수도 있다. 또 언어 발달 속도는 큰 문제가 없는데 발음이 또래들에 비해 명확하지 않아도 걱정이 생길 수 있다.

언어다운 언어를 가진 건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이 유일하다. 이는 언어 구사 능력이 인간의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생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녀의 언어 발달에 관심이 지대한 건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단어의 습득과 활용 능력은 흔히 환경이나 교육의 부산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일례로 말을 많이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언어 감수성이 도드라지는 게 관찰된다. 같은 24개월 무렵의 아기라도 어떤 아이는 50~100단어밖에 모르는 데 비해, 어떤 아이는 500단어 안팎을 알아듣고 표현해내는데 이는 한마디로 ‘부모 하기’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자나 유전학자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언어 능력은 적지 않은 부분 타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 능력이 타고난다는 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입증 혹은 추정된다. 예컨대 인간만이 언어다운 언어를 구사한다는 그 사실 자체도 언어 능력의 유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인간 다음으로 고등한 동물이라는 침팬지에게 아무리 인간의 언어를 교육해도 제대로 습득해내지 못한다.

또 아기들의 언어 발달 단계가 인종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라는 사실도 언어가 생래적인 능력의 하나임을 짐작하게 한다. 생후 6개월 무렵의 옹알이, 12개월 안팎의 ‘엄마’, 18개월 즈음 2개의 낱말 조합, 30개월 정도에 이르러 3개의 낱말 조합, 48개월쯤 문법적 완성도가 성인 수준에 육박하는 등의 패턴은 거의 모든 아기에게 동일하다. 요컨대 인간의 언어와 그 발달 단계를 관장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기

▶단어의 습득과 활용 능력을 환경이나 교육의 부산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자나 유전학자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언어 능력은 적지 않은 부분 타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shutterstock


최근 상당수 유전인류학자들의 관심은 인간의 언어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규명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언어 능력과 유전성의 관계를 보여준 연구 가운데 20여 년 전 영국의 학자들이 주도한 ‘KE 가족’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 KE라는 이니셜로 통하게 된 영국의 한 가족 가계에서 특정 유형의 단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KE 가족 가운데 절반가량은 블루(Blue)를 부(bu)로, 스푼(Spoon)을 분(boon)으로 발음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나머지 절반은 발음이 정상이었는데, 유전자 조사 결과 발음이 정상적이지 않은 구성원 모두에게서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KE 가족 연구의 뒤를 잇는 적잖은 연구들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 능력은 유전자에 의해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또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도 일종의 지휘자 혹은 대장 노릇을 하는 유전자가 있고, 이 지휘 유전자에 따라 다른 유전자들이 역할을 하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언어 유전자의 존재는 유전자에 큰 이상이 없다고 가정할 때, 개개인의 언어 구사 능력 차이 등은 교육과 훈련에 의해 변화되고 향상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 장차 유전자 치료 등이 실현될 수 있다면, 유전자 치료 혹은 수선을 통해 언어 장애가 치료되거나 호전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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