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장마가 물러간 뒤 무더운 날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시원하게 비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마련이다. 다름 아닌 ‘장대비’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데 장대비의 기온 강하 효과는 단순히 보는 이의 마음속이 후련한 체감 효과만이 아니라 과학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는 계절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내린다.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안개비 등 비를 지칭하는 말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들 갖가지 비의 형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빗방울의 크기다.
그렇다면 여름철 무더위를 일거에 식혀주는 장대비는 도대체 빗방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 기상학적으로 장대비라 칭하려면 크기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장대비는 아무리 낮춰 잡아도 빗방울 지름이 1~2mm는 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 장대비는 차디찬 구름 속에서 형성된 데다 낙하 속도가 빨라 데워질 시간이 그만큼 짧다는 특징을 지닌다. ⓒshutterstock
온대지방에 흔히 내리는 비의 빗방울 지름은 대략 0.1~6mm다. 이 중 다른 계절보다는 봄가을에 비교적 흔한 지름 0.5mm 안팎인 빗방울의 낙하 속도는 초속 2m가량이다. 반면 장대비 급이라고 할 수 있는 지름 5mm 정도의 빗방울이라면 초속 10m에 육박하는 속도로 떨어진다.
빗방울은 이론적으로 지름 기준으로 1cm 가까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 정도 크기의 빗방울은 특별한 기상 상황이 아니면 형성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똑 부러진 실측 결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장대비는 빗방울 지름이 4~5mm인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빗방울의 크기를 결정하는, 빗방울의 형성 과정은 대략 이런 식이다. 구름 속의 미세한 물 알갱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등의 주변에 달라붙기 시작하면서 물방울이 생겨나고, 이 물방울의 크기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낙하를 시작함으로써 빗방울이 된다는 것이다. 구름 속을 떠다니는 최초의 ‘아기’ 물방울 크기는 지름 0.001~0.05mm가 보통이다.
그러나 이들 아기 물방울은 너무 가벼워서 정작 낱낱으로는 빗방울이 되지 못하고, 수십 혹은 수백 개가 모여 덩치가 커져야 비로소 빗방울이 돼 낙하를 시작한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막 낙하를 시작한 구름 속의 빗방울은 낙하를 하면서도 주변 빗방울들과 충돌해 덩치를 키운다는 것이었다. 장대비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빗방울은 구름을 떠나 지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여간해서 덩치가 불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작은 알갱이로 나눠질 뿐이다. 다시 말해 장대비의 굵은 빗방울 크기는 구름을 떠날 때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장대비가 한번 쏟아지면 유달리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그러니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장대비의 빗방울은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권을 낙하하면서가 아니라 차디찬 구름 속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차갑다. 둘째, 장대비 빗방울은 원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지상까지 다다르는 시간이 크기가 작은 빗방울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니 낙하하면서 빗방울의 온도가 데워질 시간이 그만큼 짧다. 실제 장대비를 맞아본 사람이라면 장대비가 여느 비보다 차갑다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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