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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눈의 기능으로 보면 여자는 새, 남자는 개?

남녀가 성별은 다를망정 공히 사람이니 감히 새나 개에 비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눈의 기능상 특징만 따진다면 여자는 새와 비슷한 구석이 있고 남자는 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눈의 기능은 빛을 감지하고 색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한데 다른 건 몰라도 색을 가려내는 유전적 특성만큼은 여자가 새를 닮은 데가 있고 남자는 개와 유사한 면이 있다.

 

눈

▶ 색약 혹은 색맹인 남성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숫자 5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에 해당한다.

 

포유류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동물은 색을 동일한 원리로 구분한다. 바로 원추세포를 통해 색깔을 알아내는 것이다. 노루 같은 들짐승이나 거북 같은 파충류도 예외가 아니다. 원추세포는 눈의 망막에 자리한다. 망막에는 원추세포 외에도 빛을 감지하는 막대세포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색에 대한 감각, 즉 '색각'만큼은 원추세포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사람은 '보통'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흔히 빛의 삼원색으로 불리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대역에 각각 잘 반응하는 원추세포가 망막에 자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녀는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상'인 경우로 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온전한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색맹(혹은 색약)이다. 색맹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이른바 '적록색맹'이다. 적색 계통 혹은 녹색 계통의 색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는 게 말 그대로 적록색맹이다.

이는 적색과 녹색을 구분할 수 있는 색소를 갖춘 원추세포가 결여되었거나, 있다 해도 제 기능을 충실히 못 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두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대표적인 동물은 개다. 과거에는 이런 이유로 개는 컬러를 구분하지 못하고 흑백으로만 사물을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는 사람만큼 다양하게 색깔을 인식하거나 구별해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색을 구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개의 눈에도 세상은 컬러라는 것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짐작했겠지만, 두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의 절대 다수는 남성이다. 인종 혹은 민족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색약 혹은 색맹인 남성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여성은 1%도 채 안 된다.

세 종류가 정상인데 하나 모자란 사실상 두 종류의 원추세포만을 갖고 있다면 불리할 것 같은데, 유리한 점도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색맹 혹은 색약은 위장 물체를 배경색으로부터 더 잘 구분해낸다는 것이다. 풀숲에 군인이 위장 매복하고 있다면 남성들이 여성보다 그 같은 군인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들 가운데는 흥미롭게도 네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여성 인구의 최대 10%라고 하지만 대략 2~3%쯤이라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동물 가운데는 적잖은 조류가 네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새들로서는 먹잇감인 열매가 제대로 익어 독성 등이 없어졌는지를 파악하려면 색각(빛의 파장을 느껴 색체를 식별하는 감각)이 뛰어나야 할 것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네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슈퍼 색각' 여성들은 마치 새처럼 보통 여성들보다 색을 훨씬 정밀하게 가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색각이 이처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원추세포 관련 유전자가 주로 X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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