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러니 인간의 생활은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세계사는 밥을 위한 몸부림이었고, 밥그릇을 위한 투쟁의 기록이라 할 수도 있다. 언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언어는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언어가 있은 뒤에야 문명과 기술, 역사가 이뤄졌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은 바로 우리 삶의 필수 불가결한 음식과 언어의 만남을 다뤘다. 음식에 관한 책은 많다. 요즘 인기가 많다는 ‘쿡방’을 들지 않더라도음식 관련서 출간이 부쩍 늘었다. 이름난 맛집이나 각종 요리법을 소개하는 실용서들이 많긴 하지만 음식의 유래나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문서들도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부제도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이다. 방언 연구를 파고든 국문학과 교수가 음식 관련 용어를 풀어냈으니 어울리는 제목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을 표방했으니 딱딱할까 걱정한다면 기우다. 쉽고 재미있다.
중국집 메뉴는 희한하단다. 하나같이 한·중·일을 지나 만들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는 짬뽕을 보자. 중국의 푸젠성 출신 화교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중국의 차오마'x(炒馬麵)과 비슷한 ‘잔폰’을 만들어 판것이 그 시초다. 본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아 흰색을 띠는데 한국에 들어와서는 매콤하게 변하면서 이름도 ‘짬뽕’으로 변했다고 한다. 닭 국물에 실처럼 가는 국수를 넣은 기스면에도 숨은 사연이 있다. 원래 이름은 닭과 실을 뜻하는 ‘계사면(鷄絲麵)’으로 표준 중국어 이름에 따르면 ‘지스면’이돼야 마땅하다. 한데 한국 화교 중에 중국 산둥성 출신이 많아 산둥성 사투리로 계(鷄)를 ‘기’라 하는 바람에 지스면이 아니라 기스면이 됐다는 설명이다.
‘액체 빵’, ‘액체 밥’이라는 술에 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얼굴을 붉게 한다 해서 ‘홍우(紅友)’라 한다는데 특히 소주는 기구한 사연을 지녔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잡성분을 줄이기 위해 ‘증류’한 술에 불을 가했다 해서 ‘소주(燒酒)’라했단다. 빨리 취하고 뒤끝이 깨끗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미움을 받았다. 밥 지을 쌀로 술을 빚는 것도 마땅치 않은데 그렇게 빚은 술을 증류한 다음 나머지는 버리니 소주는 오랫동안 사치품 취급을 받았단다. 이런 소주가 쏘주, 쐬주 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증류법으로 만들어진 주정(酒精)에 물을 타고 맛과 향을 더한 ‘희석식 소주’가 등장한 덕분이라고 한다.
음식 이야기만 담은 게 아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한창 뜨겁게 달구는 ‘금수저 흙수저’론도 꺼내 든다. 언어학자답게 금수저의 근원은 은수저라고 짚으며 이는 영어의 관용적 표현을 잘못 옮긴 것이라 짚는다. 영어에서 ‘은스푼을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관용적 표현은 부잣집 태생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리키는데 서양에선 젓가락을 쓰지 않는 만큼 은스푼은 은숟가락이 맞다고 일러준다. 그러니 ‘금수저 흙수저’론이 아니라 ‘금숟가락 흙숟가락’론이 마땅하다 할까.
음식을 언어라는 돋보기 혹은 잣대로 살펴본 책은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를테면 죽(粥)이 한자어라든가, ‘썩다’와 ‘삭다’의 차이 같은 이야기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맛깔스러우면서도 영양가 있는 책이라 꼽는 이유다.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 368쪽 | 1만6000원
글·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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