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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다루는 진화생물학의 이론적 배경과, 그것을 인간의 네 가지 사회적 행위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네 가지 행위는 공격성, 이타주의, 성(性), 종교다.

ⓒ사이언스북스
생각이 비범하고, 문장이 아름답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인 에드워드 윌슨(1929년생)의 1978년 작. 1979년 퓰리처상(비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인간 본성과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으로 설명하겠다는 야심을 펼쳐 보인다. 인간은 인문학이, 인간 사회는 사회과학이 설명한다는 게 그때까지의 상식이었다. 진화생물학자 윌슨이 들고 나온 주장은 학계에 충격을 줬고, 파장은 길었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가 나온 뒤 세상은 달라졌고,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윌슨은 개미 연구자다. 그의 책 〈개미 언덕〉, 〈개미 세계 여행〉이 한국에도 나와 있다. 개미 연구는 한때 인기였다.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개미를 연구했고(저서 〈개미제국의 발견〉), 최재천의 제자이자 윌슨의 학문적 손자뻘인 전중환 경희대 교수(진화심리학)도 개미(석사논문)를 연구했다.
개미 사회에서 인간을 보다
윌슨은 개미에게서 인간을 봤다. 그 점이 다른 개미 연구자와 다르다. 그는 개미를 연구해 척추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겠다는 통찰력을 얻었다. 그리고 1975년 〈사회생물학 : 새로운 종합〉이라는 두툼한 책을 내놓았다. 윌슨은 책에서 “사회생물학은 모든 사회행동의 생물학적 기초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생물학적 기초’는 유전자. 그는 “다윈주의 의미에서 볼 때 생물은 그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생물은 유전자의 임시 운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사회생물학〉은 마지막 장에서 인간을 사회생물학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이로부터 3년 후 나왔다. 〈사회생물학〉의 마지막 장인 ‘인간 : 사회생물학에서 사회학까지’를 확대 발전시켰다. 윌슨은 결국 ‘개미 사회→사회생물학→인간 사회생물학’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간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다루는 진화생물학의 이론적 배경과, 그것을 인간의 네 가지 사회적 행위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네 가지 행위는 공격성, 이타주의, 성(性), 종교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의 핵심 문장은 “인간의 정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라고 필자는 본다. 윌슨은 “지성이라는 것은 원자를 이해하고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 아니며, 인간 몸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의 감정들은 수천 세대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까지 프로그램화되어왔다”고 말한다.
특히 전편인 〈사회생물학〉이 촉발한 ‘사회생물학 대논쟁’은 유명하다. 윌슨의 도발적인 문장을 보면 인문학-사회학자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윌슨은 〈사회생물학〉에서 “사회학과 기타 사회과학들은 여러 가지 인문과학들과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현대적 종합에 포함됨으로써 생물학에서 파생되는 분파 중 마지막 분과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썼다.
최재천 교수는 “평소 온화한 언동과 달리 윌슨 교수는 논쟁 한복판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1975년 그가 〈사회생물학〉을 출간한 이후에 겪었던 인신공격 수준의 비난은 근대 학술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다. 1978년 2월 15일, 윌슨 교수가 미국 과학진흥회의 연례 총회에서 연설 차례를 기다리며 단상에 앉아 있을 때 일어난 물세례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한다.
생물학 제국주의자, 성차별주의자로 비판받아
윌슨의 사회생물학에 스티븐 제이 굴드, 로버트 르윈튼과 같은 하버드대 생물학과 동료 일부가 가장 반발하며 유전자 결정론자라고 비판했다. 사회-인문과학 진영은 윌슨이 생물학을 중심으로 학문을 서열화하려는, 생물학 제국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여성주의자들은 성차별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윌슨은 곤욕을 치렀으나 굴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생물학 대논쟁’은 그의 우세로 기울었다. 〈사회생물학의 승리〉라는 책이 2001년 출간됐고, 윌슨을 공격했던 사회학 진영에서 사회학자 울리카 시저스트럴(미국 일리노이공대)의 “윌슨이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고백이 나왔다. 윌슨은 학문 통합에 대한 욕망도 밀고 나가 1998년 〈통섭 : 지식의 대통합〉을 내놓았다. 참으로 끈질긴 사람이다.
하지만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학계에서 사회생물학은 기피 대상이 되었고, 스스로를 사회생물학자라고 하는 연구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연구자들은 진화심리학이란 새 학문으로 대거 전향했다. 전중환 교수가 사회생물학을 공부하지 않고, 진화심리학의 대부 격인 데이비드 버스에게 박사학위를 따러 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진화심리학은 현대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이 만나면서 1980년대 후반 탄생했다.
공격성, 성, 이타주의, 종교
〈인간 본성에 대하여〉 후반부에서 인간의 사회적 행동 네 가지(공격성, 성, 이타주의, 종교)를 분석하는 것이 재밌다. 전반부는 ‘인간 사회생물학’의 이론적 틀에 대한 설명이다. 윌슨은 “인간의 공격성은 타고난 걸일까?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을 동료와 이방인으로 구분하는 성향이 있다. 이방인의 행동에 매우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격성은 그렇다치고, 성과 종교도 사회적 행동인가? 윌슨은 그걸 의식해서인지 “성은 우리 존재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생활사의 각 단계마다 새로운 형태를 취하는 변화무쌍한 현상이자 인간 생물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 윌슨은 1975년에 발간한 이 책에서 "사회생물학은 모든 사회행동의 생물학적 기오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음사
윌슨은 성과 관련한 질문들을 던진다. 무성생식에서 왜 유성생식으로 성은 진화했나? 인간의 난자는 정자보다 8만 5000배 더 큰데, 이로 인해 남녀 간 성의 생물학과 심리학은 어떻게 달라졌나?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 20~30% 체중이 더 나가는데, 이는 성적 분업에 어떻게 영향을 줬나? 인간 여성의 성은 배란기를 숨기는 쪽으로 진화했나? 인간 여성은 왜 언제나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일반인은 대부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 같은 일에 의문부호를 달지 않았던 질문들이다. 윌슨은 이 질문들에 대한 모범답안을 책에서 제시한다. 동성애의 기원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독특해서 주목을 끈다.
윌슨은 종교란 인간 본성에 깊숙이 뿌리박혀 사람으로부터 쉽게 떠나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신학은 독립적인 지적 분야로 생존해갈 것 같지 않으나 종교는 오랜 기간 버틸 것이다. 종교가 그걸 내던지는 자들에 의해 정복당할 리 없다”고 말한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종교를 미신, 추방과 박멸 대상으로 보는 것과는 시선이 다르다.
최고의 문장은 맨 뒤에 나온다. 이 문장을 보고 이 책이 퓰리처상을 받을 만했음을 확인한다. “과학적 유물론의 정수는 진화 서사시다. 생명과 정신은 물리적 토대를 가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같은 법칙의 지배를 받는 더 앞선 세계로부터 진화해왔다. 결국은 진화 서사시가 우리가 갖게 될 최상의 신화가 될 것이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이 추론해낸 150억 년 전의 빅뱅으로 시작되는 우주의 기원은 ‘창세기’ 첫 장이나 니네베의 ‘길가메시 서사시’보다도 훨씬 더 경이롭다.”
최준석 | 주간조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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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