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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인간답기 위함을 모색하는 철학

철학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기분 좋은 설렘은 아니다. 지루하거나 딱딱하거나 뜬구름을 잡는 듯한 이야기가 떠올라서다. 이건 모두 그릇된 철학 교육에서 비롯된 선입견이자 고정관념이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하다. 언제, 어디의 누가 어떤 사상을 논했는지 내용을 대강 추려서 정리한 철학개론(실상은 철학사에 가까운)을 접했거나 들뢰즈니 라캉이니 하면서 언뜻 깊어 보이지만 실상은 일상의 삶과는 그다지 관련 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다룬 책이 판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에 관한 첫인상이 그리 좋을 리 없다. '철학'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다 '불확실한 날'과 만난 제목 탓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단언컨대 이 책의 번역판 제목은 잘못 붙었으니 말이다.

"벚꽃은 버찌로 변신한 다음에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밤 서리를 맞아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여도, 벚꽃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며 그의 일을 다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인생의 과도기를 보낼 때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이런 벚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벚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굽히지 않고 여린 잎을 낸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써야만 그 아름다움을 떨칠 수 있다."

선명한 메시지에 빛나는 문장을 여느 철학책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책은 철학책에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따뜻하면서도 웅숭깊은 위로와 명징한 통찰은 제목이 뭐라 하든 고급스런 에세이여서다.

지은이의 독특한 이력이 작용한 덕이다. 철학박사 학위를 가진 그는 독일의 대표적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했고, 실용철학협회의 창립 멤버다. 추상적 개념만 논하는 탁상 위의 철학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은이가 착안한 불안한 날들이란 통제가 먹혀들지 않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기이자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하는 그런 시기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 중병을 앓는 이, 실직하거나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찾는 이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흔들리는 시간'들이다.

이 두려움과 불안이 넘치는 시기를 견뎌내기 위해 지은이는 1부 '변신'에서는 자연에서, 공간적· 계절적 변화에 대처하는 자연의 능력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보여준다. 2부 '시련'에서는 사춘기며 '애도의 시간'이 찾아오는 노년까지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과도기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3부 '흐름'에서는 생각의 폭을 넓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는데, 그에 따르면 변화는 위기를 의식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에서 시작한단다. 예컨대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며 이는 우리의 주의력이 고양되었다는 표지라고 일러준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책에는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등 다양한 인물과 미카엘 엔데의 성장소설 〈모모〉 등 다채로운 문학작품이 인용된다. 한마디로 영양가 넘치면서 맛난 '인문학 잔칫상'이라 해도 무방하다.

인용만이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다른 의상, 새로운 텍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음악을 원한다. 그들의 반란과 반항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노래를 끝없이 돌려가며 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구절을 어디서 쉬 만나랴. 철학이 원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질문과 답을 모색하는 과정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나탈리 크납 지음 |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376쪽 | 1만6000원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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